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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64 |
북한 노동신문이 또다시 ‘어머니당의 은정’과 ‘후대사랑’을 앞세운 선전 기사를 쏟아냈다. 이번에는 대동강변에 개건됐다는 ‘민들레종이공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준공식 보도에 담긴 화려한 수사는 현실을 감추는 연막에 가깝다. 교육 현장과 산업 구조의 총체적 문제는 여전히 방치된 채, ‘완공 소식’만 반복하는 선전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은 공장이 “후대들을 위해 억만금도 아끼지 않는 어머니당의 은정 속에 일떠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북한의 교육기관에서는 종이 부족, 교재 부족, 난방 문제 등이 상시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학습장용 종이 공급 안정화가 정말 중요했다면, 근본적인 교육 인프라 개선과 지방 학교 보급체계의 정상화가 더 시급했을 것이다.
종이공장 하나를 ‘국책’급 사업으로 내세우는 과도한 정치적 포장 자체가 북한 교육 현실의 빈약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사는 자동화·흐름선화를 강조하며 “우리 원료, 우리 기술”이라는 문구를 반복한다. 그러나 이는 국제 제재로 인해 외부 기술과 장비 수입이 어려운 현실을 돌려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이 말하는 ‘우리 식’은 대체로 기술 격차를 감추기 위한 표현으로 활용돼 왔다.
더구나 종이 생산은 안정적인 펄프 공급이 핵심인데, 북한은 펄프 수급 기반이 취약해 품질 편차와 생산 불안정이 빈번했다. 원료 국산화 비중을 ‘계속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것도 현재 수준이 매우 낮다는 인정에 가깝다.
준공식 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단 하나다. “김정은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경제 정책과 산업 운영은 전문적인 시스템과 시장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북한의 모든 준공식은 결국 정치적 충성 경쟁의 장으로 변한다. 공장 설비와 기술 성과보다 지도자의 ‘헌신’과 ‘사랑’이 강조되며, 일군들과 종업원들은 예정된 감사 발언을 반복하는 형식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정치 중심의 산업 운영은 기술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다.
종업원들은 “종이를 꽝꽝 생산하여 제9차 당대회를 맞이하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이는 수십 년째 반복되는 북한식 결의구호일 뿐이다. 실제 생산량·품질·원가 개선 등 구체적 목표는 제시되지 않았으며, 경제성과는 확인할 길이 없다.
결국 생산 정상화조차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행사에 맞춘 ‘증산 다짐’만 강요되는 관행이 또 한 번 반복된 셈이다.
민들레종이공장 개건은 분명 필요한 사업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것이 “후대사랑의 증표”, “국가적 자부심”, “교육중시의 승리”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결국 이번 보도 역시 체제 선전을 위한 포장에 가깝다.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교육 혜택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완공식 행사나 구호 경쟁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교육·산업 정책, 그리고 투명한 생산·재정 운영이 우선되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준공식이 아니라, 더 많은 진실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