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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65 |
북한 매체들은 소백수 선수단의 신정림 감독을 앞세워 “인민체육인의 모범”을 과시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15년간 다이빙 선수들을 지도하며 조진미, 김국향, 박은정 등 국제대회 수상자를 배출했고, 그 공로로 세 차례 ‘10대 최우수 감독’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북한 체육계의 현실을 철저히 가려놓은 채, 정치 선전에만 맞추어진 일면만을 부각한 것이다.
북한이 매년 발표하는 ‘10대 최우수 선수·감독상’은 국제 기준의 객관적 평가나 성과 지표와는 거리가 멀다. 정치 충성도, 체제의 요구에 대한 순응, 국가 이미지 홍보 효과 등이 수상 기준에 깊숙이 개입한다는 점은 탈북 선수들의 증언에서도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감독의 성과를 이 상으로 미화하는 것은 실력이 아닌 체제 충성의 보상 구조*를 재확인하는 데 불과하다.
북한의 엘리트 체육은 선수 개인의 발전보다 국가적 체면 세우기와 정치적 업적 과시에 우선순위를 둔다. 국제대회 수상은 곧바로 당과 지도자의 ‘령도 성과’로 선전되고 선수 개개인의 엄청난 훈련 강도나 생활고는 철저히 가려진다.
이번 기사에서도 조진미 선수의 금메달은 오롯이 감독과 체제의 성과로 귀결된다. 정작 선수 자신의 목소리와 고충은 어디에도 없다.
북한의 체육시설들은 수십 년간 개보수조차 되지 못한 낡은 시설이 많고, 다이빙과 같이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종목일수록 부상 위험은 커진다. 그러나 조선신보는 신정림 감독을 ‘능력 있는 인재 양성자’로 미화하면서도 국제 규격에 미달하는 훈련 시설, 상시적인 장비·의료 인력 부족, 선수들이 부담해야 하는 생활난과 영양결핍, 오직 메달만을 요구하는 ‘성과 지상주의’ 같은 핵심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북한 체육계에서는 국제대회 참가 자체가 특권으로 간주되며, 감독과 선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스포츠 정신’과는 정반대의 환경이며, 체육이 아닌 정치 시스템이 선수들의 삶을 좌우하는 비정상 구조이다.
이번 조선신보 기사가 강조하는 ‘인민체육인’이라는 표현은 결국 인민을 위한 체육인이 아니라 정권을 위해 존재하는 체육인임을 또 한 번 상기시킨다.
조선신보가 찬양하는 신정림 감독의 ‘성과’는 실제보다 훨씬 과장되어 있으며, 이는 북한 체육계가 가진 체제 우선·인권 후순위의 문제를 가리는 선전 효과에 불과하다. 진정한 체육 발전은 몇몇 감독과 선수의 영웅 서사가 아니라, 선수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정상적인 환경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북한식 선전에서는 오늘도 현실이 아닌 ‘충성의 메달’만이 강조되고 있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