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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66 |
평안북도 동창군 대동농장과 벽동군 남하농장에서 ‘살림집 입사모임’이 열렸다는 북한 관영매체 보도는 또다시 농촌현대화의 “성공신화”를 강조하는 선전 캠페인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사 이면에는 농민들의 실제 생활여건, 에너지·식량 사정, 주택 품질과 유지관리 문제 등 구조적 현실이 철저히 가려져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새 주택들이 산간지대 특성에 맞게 “자연의 기복을 따라” 지어졌다며 마치 농촌개발이 급속도로 진전되는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이 같은 표현은 반복돼 온 북한식 수사적 과장에 불과하다.
북한 농촌은 여전히 전력 부족, 난방 문제, 식수 난개발 등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하지 못한 채, “겉모습이 번듯한 집 한 채”를 선물하는 방식으로만 주민들의 만족을 유도하려 한다.
실제 농민들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은 태양열 보조 없이도 안정적인 전력, 겨울에 버틸 수 있는 난방 연료, 상수도 개선 등 기본 인프라이지만, 이러한 핵심 요소에 대한 언급은 보도에서 찾아볼 수 없다.
보도는 마을이 “천지개벽되는 사회주의문화농촌의 발전상”이라고 강조하지만, 모임의 구성은 전형적인 정치적 충성 의례다. 도·군 간부가 참석해 “축하연설”, 집이 실제 인도되기 전 리용허가증(사용허가증) 전달, 춤판과 공연 등 전형적 선전 연출 등 이런 의식은 주민 편의를 위한 실질적 행정 절차보다는, 당의 은덕을 과시하고 충성을 재확인시키는 정치행사에 가깝다. 농민이 주체가 아닌, 당국의 “성공 사례” 전시물이 된 셈이다.
살림집 제공은 북한에서 흔히 주민 생활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을 현지에서 묶어 두기 위한 통제 방식으로 기능해 왔다. 농업근로자의 집을 새로 지어주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상은 농장 단위 조직화를 강화하고 이탈 방지 효과를 노린 정책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산간지역 농장은 식량 생산성이 낮고 생활조건도 열악해 지역 이탈이 많기 때문에, 집단적 주택 건설은 정책적 유지 장치로 해석해야 한다.
보도는 축하 연설, 춤판, 간부들의 축하 방문 등의 장면만 묘사하고 있으며, 농민의 실제 생활 변화, 주택 품질이나 단열 문제, 물·연전기 사정, 자재 수급 어려움 등 현실적인 목소리는 일절 반영돼 있지 않다.
이는 북한 선전 보도의 고질적 특징으로, 주민의 필요·불편·우려는 투명하게 다루지 않는다. 화려한 행사와 미사여구를 통해 체제의 성과만 부각하는 선전 구조가 그대로 반복되는 것이다.
북한이 강조하는 새집들이 경사는 결과물의 외형만 화려하게 꾸미는 전시형 건설의 전형적 표본이다. 농민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희한한 문화주택”이 아니라, 안정적 식량 배급, 전력·난방 개선, 의료·교육 서비스 접근성, 농업 생산 여건의 실질적 개선과 같은 생활의 본질적 조건이다.
집 한 채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포장하는 지금의 보도는 현실을 왜곡할 뿐이며, 주택 건설을 통한 체제 정당화 시도는 근본 문제 해결을 더욱 지연시킬 뿐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