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66 |
북한 노동신문이 12월 들어 다시금 김정일의 ‘현지지도’ 신화를 대대적으로 재포장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김정일이 생애 말기까지 ‘167만 4,610여 리’를 이동하며 조국과 인민을 위해 헌신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지구 17바퀴에 해당하는 거룩한 대장정”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와 서사는 실제 정책 실패, 구조적 빈곤, 체제 유지용 선전의 본질을 은폐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문은 김정일의 이동 거리, 방문 횟수, 열악한 기후 속 강행군 등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그러나 현지지도 숫자가 높을수록 북한 주민의 삶이 나아졌다는 객관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은 대기근과 경제 붕괴를 겪었고, 인민의 생존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자력갱생’의 이름 아래 방치됐다. 지도자의 이동 기록만을 강조하며 체제 실패의 원인은 언급하지 않는 전형적 선전 구조가 다시 반복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거친 풍랑을 뚫고 작은 쾌속정에 올라 초도를 방문한 김정일을 “사생결단의 지도자”로 묘사한다. 그러나 이는 국가 지도자의 위험 감수 능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체제 충성 강요를 위한 영웅 만들기에 가깝다. 실제 정책적 판단이나 제도 개선 없이 ‘용기’만을 강조하는 방식은 북한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줄 뿐이다.
신문은 김정일의 야전열차 강행군, 밤샘 이동, 쪽잠과 감자 몇 알로 끼니를 때운 사례 등을 “‘위대한 애국헌신’의 상징”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은 지도자의 헌신이 아니라 지도자의 무능과 정책 실패로 발생한 국가적 비극이었다.
1990년대 대량 아사로 사망한 수십만 주민에 대한 책임은 논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지도자의 영웅담으로 치환하는 것은 역사의 왜곡이다.
김정일의 애국을 “오직 김정일 이름과만 결부되는 가장 숭고한 애국주의”라고 정의하는 대목은, 북한이 정책·제도보다 개인 숭배에 정권의 정당성을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현재 김정은 정권이 경제난, 식량난, 국경봉쇄 장기화로 민심이 흔들리는 가운데 과거 우상화 자원을 다시 소환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신문은 끊임없이 “인민을 위함”, “애국헌신”, “인민의 행복”을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삶은 여전히 식량 배급 정상화 실패, 필수 의약품과 난방 연료 부족, 강제노동과 정치적 감시, 빈부격차 확대 등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지도자의 이동 기록을 미사여구로 치장하는 선전은, 민생 문제의 본질적 해결 없이 감정적 충성을 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67만 리의 이동, 밤샘 열차, 폭풍 속 강행군—이 모든 요소는 북한 선전이 꾸준히 활용해 온 “영웅적 지도자 신화”의 재생산이다. 그러나 국가 발전의 기준은 지도자의 이동 거리나 고난의 체험이 아니라, 국민의 실제 삶의 개선 여부다.
절대적 개인 숭배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북한의 선전은 계속될 것이지만, 주민들의 눈앞에 놓인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이상 그 효력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