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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66 |
북한이 조선로동당 창건 80돌을 기념해 개최한 ‘중앙산업미술전시회’가 10월 한 달간 평양에서 진행됐다. 조선신보는 이를 두고 “주체적 산업미술의 발전면모를 과시한 마당”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전시 내용과 북한 경제의 현실을 비교하면 그 간극은 오히려 더 선명해질 뿐이다.
북한 매체는 이번 전시회가 “위대한 향도의 해발 아래 빛나는 산업미술”이라는 거창한 주제로 펼쳐졌으며 2,000여 점의 도안과 제품이 선보였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북한의 산업미술 전시가 실제 제품 개발 및 기술혁신으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북한에서 산업미술 도안은 실물 생산과 분리된 선전용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전시회는 체제가 자력갱생과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에 가까운 실정이다. 현실의 산업 기반이 노후화된 상황에서 ‘제품 개발도안’이 넘쳐날수록, 도안과 실물 생산의 괴리만 더 커진다.
전시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고 소개된 것은 첫 전기기관차 ‘붉은기1호’ 도안, ‘승리-58’ 화물차 개조 도안, ‘천리마 911’ 무궤도전차 도안 등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1950~70년대에 제작된 기종으로, 이미 수십 년이 지난 기술자원을 다시 전시회 소재로 끌어내어 미화한 것에 불과하다.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노후 차량과 전차, 전기기관차의 부품 부족이 심각하며, 정비 인력과 기술적 토대도 부족해 ‘유지 자체가 기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런 현실에서 과거 도안까지 전시해 “산업미술의 발전”으로 포장하는 모습은 오히려 현대화의 실패를 드러내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산업미술 전시라면 제품의 기능성, 디자인 개선, 생산 공정의 효율성 향상 등을 선보이는 것이 본래 목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산업미술전은 기술 담론이 아닌 ‘충성 경쟁’과 ‘정치적 미학’을 강조하는 형식에 머물러 있다.
전시된 도안들은 대부분 신기술이나 현대적 공학 기반이 아닌, 현존 시스템에 붉은기·승리·천리마 등 정치적 상징을 부여한 포스터식 디자인에 가까우며, 디자인 수정으로 실질적 성능 향상을 이루기 어려운 구조다. 산업미술이 아니라 정치미술에 가까운 셈이다.
북한은 경제난이 심화될수록 전시회나 도안발표회 같은 ‘성과 과시형 행사’를 더 자주 개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실제 생산량과 기술 발전이 정체되면, 대신 그림과 모형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번 산업미술전 또한 제품 개발 및 공업 혁신의 성과가 아니라, 산업침체의 불편한 진실을 포장하려는 체제선전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북한 매체는 이번 전시회를 “주체적 산업미술의 자랑찬 면모”라고 과대평가했지만, 실제 산업현장을 보면 주로 과거의 유산을 재포장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도안이 아무리 화려해도 전력난, 자재난, 노후 공장 설비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산업미술은 실제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북한이 진정으로 보여줘야 할 것은 ‘포스터가 아닌 공장’, ‘도안이 아니라 생산능력’이며, 산업미술 전시회가 아니라 산업 기반 자체의 회복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