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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67 |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후꾸오까 고꾸라지부가 ‘100일혁신운동’의 성과를 자축하며 성대하게 송년회를 열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혁신”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실제 행사 전반을 들여다보면 총련 조직 유지와 충성 확립을 위한 전형적인 동원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고꾸라지부는 총련·여성동맹·상공회 등 각 단체 간 “송년회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100일혁신운동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보고 내용은 ‘동원사업과 재정사업의 성과’, ‘분회 강화’ 같은 조직 결속 지표에 집중돼 있을 뿐, 실질적으로 재일동포 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거나 청소년·고령 동포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과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즉, 혁신은 동포 삶을 위한 혁신이 아니라 조직 충성 강화를 위한 혁신으로 귀결되고 있다.
송년회에서 상영된 영상 역시 ‘1년간 지부활동을 돌이켜보는 편집물’이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총련 조직사업 홍보물에 가까운 구성으로 전해진다. 또한 금강산가극단 공연 수익금을 학교 교무부장에게 전달하는 장면도 강조되었으나, 이는 **총련의 교육·문화 체계 유지에 필요한 재정 확보를 행사화한 것**일 뿐, 투명한 회계 보고나 수혜 구조의 공개는 없었다.
총련 행사에서 반복되는 ‘기부 전달 퍼포먼스’가 올해도 예외 없이 동원된 셈이다. 규슈초중고 학생들의 중창, 조청 소조 공연, 여성동맹·상공회 간부들의 합창 등은 매년 반복되는 구성이다.
특히 새 세대를 ‘운동의 주인’으로 내세운다는 표현과 달리, 학생 공연은 행사 홍보의 장치로 활용되고 있을 뿐, 실제 청년층이 행사 기획이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근거는 보도 어디에도 없다.
이는 최근 재일동포 사회에서 심화되는 3세·4세 동포의 총련 이탈 문제를 가리는 상징적 연출로 보인다.
행사 말미에는 ‘호화로운 상품’을 내세운 추첨회, 노래와 춤판까지 이어졌다고 강조된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흥행 요소는 조직 피로감이 누적된 동포들을 잠시 달래기 위한 도구이며, 총련이 처한 재정 악화·인구 감소·조직 신뢰 하락 등의 구조적 문제는 행사 분위기 속에서 철저히 감춰졌다.
행사의 마지막에서도 ‘강령적 서한의 4대 과업’, ‘총련 제26차 전체대회 성공’, ‘애족애국운동 강화’라는 친숙한 레퍼토리가 반복된다. 하지만 이는 동포 사회 내부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한 낡은 정치적 언어일 뿐이며, 현실적으로는 젊은 세대의 공감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총련 지부는 내년 규슈초중고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조직 확대와 분회 강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혁신을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동포 개개인의 삶, 경제, 교육, 문화 현실을 반영한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꾸라지부 송년회는 겉으로는 성황을 이뤘다고 포장되었지만, 실상은 동원 중심 행사, 재정 확보를 위한 퍼포먼스, 충성 결속 구호 반복, 차세대 동포 문제의 구조적 회피 등이 여전히 고착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총련이 진정한 혁신을 말하려면, 조직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재일동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실질적 변화를 위한 투명성과 개방성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을 외면할 수 없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