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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김정은이 최근 사망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의 빈소를 직접 방문하며 조선·러시아 간 밀착 노선을 다시금 과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12월 10일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번 방문은 단순한 조문 이상의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정은의 외교 사절 조문 방문은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 수년간 북한의 국제적 고립 속에서도 평양 체제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온 인물로, 북한 내부에서는 ‘가장 북한을 잘 이해하는 외교관’으로 평가돼 왔다.
김정은은 조문 자리에서 그를 “조로(북·러) 친선의 강화 발전을 위해 한 생을 바친 진정한 동지”로 추모하며 꽃다발을 올리고 묵념했다. 이어 유가족과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며 북·러 우의의 지속 발전을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마체고라를 “조로관계사에 특출한 공헌을 한 외교관”으로 평가하며, 그의 별세가 “양국 모두에게 큰 손실”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발언은 최근 급속히 강화되는 북·러 전략협력 구조를 고려할 때 의미심장하다.
“그는 비록 영면하였지만 조로관계는 그가 바라던 대로 계속 강화·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는 단순한 조문 발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경쟁이라는 국제질서 속에서 북·러 군사·경제 공조가 더 공고해질 것임을 명시적으로 확인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러시아와의 관계를 사실상 준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포탄·미사일 지원 의혹, 고위급 상호 방문, 극동 개발 협력 등 ‘현금성·전략성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김정은은 이를 북한의 외교적 생명줄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의 ‘정중한 외교행보’를 강조하며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마체고라 대사의 별세를 ‘양국의 공동 손실’로 규정한 것도, 북·러 관계를 대등한 전략적 파트너 관점에서 묘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이번 조문은 주민들에게 “국제사회가 북한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기 위한 내부 선전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마체고라의 별세는 북·러 외교 채널에 공백을 만들 수 있지만, 김정은의 조문 메시지는 그 공백을 즉각 ‘정치적 충성 선언’으로 덮어버리는 효과를 냈다.
북한은 앞으로도 군사 기술 협력, 대러 공급 물자 확대, 경제·에너지 지원 확보 등 현실적 이익을 겨냥한 전략적 밀착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