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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감시망을 피해 조국으로 귀환할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그녀는 “마두로 정권은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며 “베네수엘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고국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차도는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마두로 정권의 탄압 속에서 이어온 지난 1년간의 은신 생활을 언급하며 “그들은 나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썼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은신 상태였던 마차도는 지난해 대선 이후 국가비판 세력에 대한 탄압이 본격화되자 당국의 출국금지 조치를 받고 숨어 지내야 했다.
그녀는 귀국 가능성에 대해 “결국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누가 권력을 잡고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만약 현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면 나는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며 자신이 향후 투쟁의 중심에 서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두로 정권이 귀국 자체를 불허할 경우, 사실상 해외 망명 길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차도는 노벨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비밀리에 베네수엘라를 빠져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는 가발로 변장한 채 조력자 두 명과 함께 군 검문소 10곳을 통과하는 위험한 여정을 택했다. 또한 정권 내부의 일부 인사가 출국을 도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두로 체제의 내부 균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마차도는 “나를 도와준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며 탈출 경로와 방식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그녀는 노르웨이 의회에서도 “나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대신해 이 상을 받으러 왔다”며 민주화 운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언제, 어떻게 고국으로 상을 가져갈지는 말하지 않겠다. 중요한 건 반드시 가져간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마차도는 특히 베네수엘라의 미래에 대해 강한 확신을 드러내며 “우리는 이 나라를 희망의 등불이자 민주주의의 기회로 바꿀 것이다.” 라고 밝혔다.
전날 미국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을 나포한 사건에 대해 그녀는 “국제사회가 독재 정권의 수입원을 차단해야 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군사개입을 지지할 것인지 묻는 질문엔 직접적인 답을 피하면서도 “베네수엘라는 이미 러시아·이란 요원, 그리고 마약 카르텔에 의해 침공당한 상태”라고 말해, 마두로 정권을 사실상 외세·범죄 세력과 결탁한 ‘점령 체제’로 규정했다.
13년째 집권 중인 마두로 대통령은 마약·무기 밀매 조직과의 결탁 의혹으로 국제 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은 카리브해에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하고 베네수엘라 선박을 격침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며 “마약 카르텔 척결”을 명분으로 정권을 고립시키고 있다.
반면 마두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풍부한 석유 자원을 노리고 정권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차도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탈출 드라마는 베네수엘라 정권의 정당성 논란을 국제무대에서 다시 부각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녀가 귀국할 경우, 국내 민주화 운동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귀국이 좌절된다면 망명 정부 논의까지 확산될 수 있다.
마차도의 발언은 분명하다. “베네수엘라는 다시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 귀국의 방식과 시기, 그리고 그녀가 다시 고국의 땅을 밟았을 때 어떤 정치적 충돌이 벌어질지 전 세계의 시선이 베네수엘라로 향하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