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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월산 전경 -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들은 황해남도 구월산의 주봉 ‘사황봉’이 “인민들의 문화정서생활에 이바지하는 휴식터”로 새롭게 꾸려졌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절벽과 폭포, 깊은 숲으로 유명한 명승지에 정각·식사터·도로·주차장 등이 완비되었으며, “인민을 위하여 구슬땀을 흘린 건설자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매번 반복되는 선전문구와 현실 불일치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북한은 해마다 특정 지역을 “인민의 문화정서생활을 위한 공간”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제 주민들이 이런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특히 산악지역인 사황봉에 일반 주민이 자발적으로 휴식을 위해 올라갈 수 있을 가능성은 낮다. 많은 경우 군·당 간부 방문용, 선전용 사진 촬영용으로 기능할 뿐이다.
보도는 짧은 기간에 도로를 포장하고 휴식 시설을 완비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의 건설 속도전은 오래전부터 부실공사, 안전사고, 원자재 부족을 감추기 위한 선전으로 이어져 왔다.
도로 포장이 말 그대로 ‘포장만 한 수준’일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의 지방 기반 시설은 대부분 비·눈에 취약하고 유지보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탈북민·위성사진 분석에서 꾸준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기사 말미에서는 황해남도와 은률군 일군들이 새 휴식터를 돌아보았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현장 점검·유지 관리보다는 상징적 방문을 통한 충성 경쟁, 정치적 업적 홍보에 가까운 북한식 관료주의의 전형적 행태다.
시설이 실제로 지역 주민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관광 기반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북한 주민들이 당장 필요한 것은 난방·식량·전력, 생필품 공급 정상화, 노후 주택 및 학교 개보수이다. 그러나 정권은 여전히 눈에 보이는 건설 프로젝트를 통한 성과 과시에 몰두한다. 구월산 사황봉 휴식터 역시 그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한다. 실제 주민들이 당장 겪는 생존 문제는 외면한 채, “조국의 명산을 인민 휴식처로 꾸몄다”는 선전 효과만 부각하는 것이다.
구월산은 오랜 세월 아름다운 풍광과 전설로 북한 주민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정권이 이를 정치적 치적 홍보의 무대로 삼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휴식터 하나를 만들었다고 해서 북한 주민의 문화정서생활이 풍부해지는 것은 아니다.
주민이 자유롭게 찾을 수 없는 휴식터, 실제 생활과 동떨어진 속도전식 업적 만들기, 간부들의 시찰 사진만이 다시금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주민의 삶을 개선하려면, 보여주기식 건설이 아니라 생활 기반을 바로 세우는 구조적 변화가 먼저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