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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은 12월 13일, 해외작전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귀국한 조선인민군 제528공병연대에 대한 대규모 환영식이 평양에서 성대히 열렸다고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이 직접 참석해 연설하고 훈장을 수여했으며, 전사자 9명에게는 공화국영웅 칭호가 추서됐다. 보도는 이를 “주체 건군사에 빛날 전설적인 해외전투 위훈”으로 묘사하며, 충성과 희생, 영웅주의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이 장황한 미사여구의 이면에는 국제사회가 묻지 않을 수 없는 중대한 질문들이 놓여 있다.
북한은 이번 보도에서도 해당 공병부대가 파견된 ‘해외작전지역’이 어디인지, 어떤 법적·외교적 근거로 파병되었는지 일절 밝히지 않았다. 단지 “당의 전투명령”이라는 표현만 반복될 뿐이다.
이는 북한 군대가 국가 간 공식 파병인지, 아니면 특정 분쟁 지역에서 사실상 용병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특히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외화 확보와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해외 분쟁 지역에 군사 인력이나 기술 인력을 파견해 왔다는 의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병부대라는 명칭 역시 재건·건설 지원인지, 아니면 군사시설 구축이나 전투 지원을 포함하는지 불분명하다.
이번 환영식의 핵심 장면 중 하나는 전사자 9명에 대한 대대적인 추모와 훈장 수여였다. 북한 매체는 이들의 죽음을 “정의와 존엄 수호를 위한 성전”에서의 고귀한 희생으로 미화한다. 그러나 왜 그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그 희생이 과연 조선 인민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해외 파병으로 인한 사망은 곧 북한 군인들이 조국 방어와 무관한 타국의 전장에서 생명을 잃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는 병사 개인과 그 가족의 삶을 국가 선전용 서사로 소모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 수천 명이 동원된 군중, 끊임없이 반복되는 ‘만세’ 함성은 군사적 성과를 축하하기보다는 체제 결속과 지도자 우상화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 행사에 가깝다. 김정은의 연설과 병사들과의 ‘육친적 교감’ 연출은 군 통제와 충성 강화를 위한 상징적 장치로 읽힌다.
특히 경제난과 식량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외 파병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은 내부 불만을 외부의 ‘승전 서사’로 덮으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북한의 불투명한 해외 군사활동은 국제법적 문제뿐 아니라 한반도 안보에도 새로운 불안 요인을 던진다. 군사 인력이 해외에서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이를 체제 선전에 활용하는 구조는 향후 군사적 모험주의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한다.
이번 환영식은 단순한 귀국 행사라기보다, 북한이 해외 군사 개입을 하나의 ‘정상적 국가 행위’로 내면화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찬양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 훈장과 연설 속에서 정작 빠져 있는 것은 투명성, 책임, 그리고 인간의 생명에 대한 질문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인민의 군대’를 자처한다면, 그 군인들이 왜, 어디에서, 누구를 위해 피를 흘려야 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