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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총영사관 외벽에 등장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故 류샤오보 모습 - 독자 제공 |
국제 인권의 날인 12월 10일(미국 동부시간) 저녁,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주뉴욕 중국 총영사관 외벽에 대형 정치적 메시지가 투영되며 중국의 인권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오후 7시경, 해외 인권단체인 ‘중국 행동(China Action)’ 소속 활동가들은 중국 총영사관 맞은편에서 고출력 GOBO 프로젝터를 이용해 직경 약 18미터 규모의 이미지를 건물 외벽에 비췄다. 이번 투영은 지난해 ‘백지 운동’ 3주년을 맞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시위 이후 두 번째로 이뤄진 행동이다.
투영 이미지의 핵심 주제는 ‘국제 인권의 날’이었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 민주화 인사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고(故) 류샤오보와, 중국 내 ‘양심수’ 문제를 상징하는 시각 자료들이 새롭게 포함됐다. 단체 측은 이를 통해 국제 사회가 중국 내 표현의 자유와 신앙, 시민적 저항을 이유로 구금된 인사들의 현실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류샤오보를 다룬 이미지는 2010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상기시키는 상징적 장면을 차용했다. 당시 수감 중이던 류샤오보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노벨위원회는 빈 의자를 마련해 그의 부재를 표현했다. ‘중국 행동’은 이 장면을 시각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중국의 정치적 탄압 문제를 환기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제인 ‘양심수 석방’ 이미지는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된 인권운동가, 종교인, 시민 활동가들의 처지를 국제 사회에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단체는 “세계 최대 규모로 체계화된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정권에 맞서기 위해, 상징적 장소인 중국 총영사관 앞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날 밤 뉴욕에는 비가 내렸지만, 참가자들은 노란 우산을 쓴 채 투영을 진행했다. 노란 우산은 홍콩의 ‘우산 혁명’과 이후의 반송중(反送中) 시위를 상징하는 요소로, 단체 측은 이를 통해 홍콩의 민주적 공간이 정치 환경 변화 이후 크게 위축됐음을 알리고자 했다고 전했다.
현장 영상과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투영은 수분간 진행됐으며 그 과정에서 뉴욕 경찰이나 중국 총영사관 직원의 직접적인 개입은 없었다. 중국 총영사관 측 역시 해당 행동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보도 시점까지 미국 국무부도 별도의 논평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국제 인권의 날을 계기로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 공간에서, 외교 시설을 배경으로 한 정치적 메시지 전달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