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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나해 분쟁 해역에서 중국 해경의 강경 대응으로 필리핀 어민들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며 역내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간) 마닐라발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중국 해경선이 사비나 사주 인근 해역에서 필리핀 어선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해 어민 3명이 다쳤고, 어선 2척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필리핀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전날 해당 해역에서는 약 20척의 필리핀 어선이 중국 해경의 요격과 물대포 공격을 받았다. 특히 소형 중국 해경선 한 척은 여러 필리핀 어선의 닻줄을 절단해 선원들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성명을 통해 “중국 해경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행동 기준을 준수하고, 이른바 집행권 행사를 이유로 무고한 어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해상 생명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중국 측은 즉각적인 해명에 나서지 않았다. 주마닐라 중국 대사관은 업무 시간 외라는 이유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으며, 중국 해경은 앞서 성명을 통해 “여러 필리핀 선박을 퇴거시키고 통제 조치를 취했다”고만 밝혔다.
이에 대해 필리핀 해안경비대 대변인 제이 타릴라는 “중국의 발표는 오히려 평범한 필리핀 어부들을 상대로 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그들은 민간 어민들을 향한 이런 악행을 스스로 시인했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부상자 구조를 위해 파견된 필리핀 해안경비대 구조선마저 중국 측의 반복적인 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경비대는 “비전문적이고 불법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구조팀은 어민들에게 도착해 즉각적인 의료 지원과 필수 물자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비나 사주는 중국이 ‘센빈 암초’로 부르는 곳으로, 필리핀에서는 ‘에스코다 사주(Escoda Shoal)’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필리핀 팔라완주에서 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위치해 있다.
중국은 남지나해 대부분에 대해 주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 수역은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의 배타적 경제수역과 중첩된다. 남지나해는 연간 3조 달러 이상 규모의 세계 해상 무역이 오가는 핵심 해로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2016년 중국의 광범위한 남지나해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해당 판결 이후에도 중국의 해상 강압 행위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평가된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