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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은 12월 15일, 평안남도 각 시·군에서 고려약공장들을 “개건현대화”하고 생산공정의 GMP화를 실현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증산·은산·녕원군을 비롯해 숙천군, 안주시, 개천시 등지에 “현대적인 고려약생산기지”가 일떠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북한 경제 선전에서 반복되어 온 전형적인 과장과 미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통신은 생산공정의 무균화·무진화, 통합조종실과 분석실 설치 등을 언급하며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말하는 ‘GMP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외부 감사, 독립적 품질검증, 안정적 원료 공급 체계 등 GMP의 핵심 요소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이는 용어만 차용한 채 실질은 검증 불가능한 내부 선전에 불과하다.
보도는 “우리 사람들의 체질에 맞는 의약품”, “누구나 선호하는 고려약”이라는 표현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는 현대 의약품의 부족과 의료 인프라 붕괴를 고려약 중심의 담론으로 대체하려는 오래된 선전 전략이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이 겪는 의료 현실은 기본 의약품조차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며, 고려약은 과학적 임상 검증보다는 이념적·민족주의적 상징으로 소비되고 있다.
은산군에서 “혼합반죽기 수십 대를 구비했다”는 대목은 오히려 북한 산업의 수준을 반증한다. 노후 설비 교체나 단순 장비 확충을 ‘현대화’로 포장하는 것은, 에너지 부족·원자재 결핍·전문 인력 이탈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서술에 가깝다. 지속적 생산과 품질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보도의 핵심은 주민 건강 개선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체제 과시다. 지방 단위 공장 개건을 성과로 포장해 경제 관리 능력과 과학기술 발전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그러나 의료 접근성, 약품 가격과 배급, 실제 치료 효과 등 주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는 끝내 언급되지 않는다.
북한 매체는 매년 비슷한 형식의 ‘개건’, ‘현대화’, ‘토대 마련’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료 체감은 나아지지 않았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투명성은 여전히 결여돼 있다. 고려약공장 개건 보도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화려한 수식어로 치장된 이번 발표는, 북한 의료 체계의 실질적 개선보다는 선전 문구의 재활용에 가깝다. “현대적인 고려약생산기지”라는 말이 현실이 되려면, 먼저 검증 가능한 기준과 주민 중심의 정책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성과로 기록될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