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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빈과일보 회장 지미 라이 |
홍콩의 대표적 반중(反中) 언론인이자 빈과일보(애플데일리) 창업자인 지미 라이(78)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최대 종신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반복된 석방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홍콩 당국은 이를 “내정과 사법의 문제”로 규정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홍콩고등법원은 15일 외국 세력과의 공모, 선동적 자료 출판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미 라이에게 적용된 세 가지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선고일을 최대한 신속히 정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르면 내년 1월 중 형량이 확정될 전망이다.
법원은 지미 라이 측에 내년 1월 2일까지 정상참작을 위한 서면 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했으며, 감형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심리는 1월 12일 열릴 예정이다. 현지 언론들은 최종 양형 선고가 1월 중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문은 총 855쪽 분량으로, 재판부는 일부 핵심 판단을 직접 낭독했다. 판사는 지미 라이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고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으며, 일부 공범 진술에 대해서도 감형을 노린 허위 증언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미 라이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직후인 2020년 8월 체포돼 같은 해 12월 기소됐다. 재판은 여러 차례 연기된 끝에 2023년 12월에야 시작됐고, 156일에 걸친 심리를 거쳐 올해 8월 말 종결됐다.
그는 이미 2019년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징역 20개월, 빈과일보 사무실의 허가 외 사용 혐의로 징역 69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현재까지 구금 기간은 1,800일을 훌쩍 넘겼으며, 약 5년간의 수감 생활 대부분을 독방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본인의 요청에 따른 조치였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재판을 홍콩의 언론 자유와 사법 독립을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지미 라이의 석방을 직접 요구했다고 밝혔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영국 국적자인 지미 라이의 석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은 법치 사회이며, 중앙정부는 홍콩 특별행정구가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것을 전폭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국가가 홍콩 사법을 폄훼하고 비방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서방의 비판을 ‘내정 간섭’으로 일축했다.
홍콩 행정장관 존 리 역시 “지미 라이의 범죄 행위는 공공연했고 증거가 명확하다”며 “유죄 판결은 법률의 정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별행정구 정부는 국가 안보를 해치는 행위를 단호히 타격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고 공판을 앞두고 법원 주변에는 100명 넘는 경찰이 배치됐고, 신분 확인이 이뤄지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미국·영국·EU·캐나다 등 서방 국가 외교관 16명도 재판을 방청했으며, 전날부터 수십 명의 홍콩 시민들이 방청을 위해 줄을 서며 지미 라이 석방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유죄 판결은 홍콩 민주화 진영의 상징적 정당인 홍콩 민주당이 창당 30여 년 만에 해산을 결정한 직후 내려졌다. 민주당은 전날 임시총회에서 참석 당원 121명 중 117명의 찬성으로 해산을 결의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지미 라이 판결과 민주당 해산이 맞물리며, 홍콩의 정치적 공간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