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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은 12월 16일, 각지 대학에서 “로동당의 교육혁명방침에 따라 실리있고 우월한 새 교수방법들이 창조·도입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통신은 김일성종합대학을 중심으로 생명과학, 인공지능, 수학 등 여러 학부에서 ‘연구형 교수방법’과 ‘연구형 학습방법’이 창조되었으며, 이것이 학생들의 창조적 사고력과 응용능력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수사는 북한 고등교육의 실제 조건과 구조를 고려할 때 여러 근본적인 의문을 남긴다.
통신은 반복적으로 ‘연구형 교수방법’을 강조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수업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설명도 없다. 연구형 교육의 핵심은 자유로운 문제 제기, 비판적 토론, 자료 접근, 실험과 검증, 그리고 실패를 포함한 탐구 과정에 있다. 하지만 북한 대학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제도적으로 허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교과 내용과 연구 주제는 당의 이념과 노선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으며, 사회과학은 물론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사상성’이 우선 기준으로 작동하는 체제에서 진정한 의미의 연구형 학습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통신은 이번 교수방법들이 “교육과 과학연구, 생산의 일체화 실현에 이바지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는 북한에서 오래전부터 반복되어온 구호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대학 연구가 산업 현장이나 주민 생활의 질 개선으로 연결되기보다는, 특정 군수·전략 부문이나 체제 선전에 동원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체화’라는 표현은 교육의 자율성을 확대하기보다는, 학생과 연구자를 생산과 정치 과업에 더욱 밀착시키는 통제 논리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
보도는 학생들이 “주동적인 학습자, 탐구자”로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대학생들은 학습 이전에 사상학습, 조직생활, 각종 동원과 과제 수행에 우선적으로 묶여 있다.
학문적 호기심이나 비판적 사고가 장려되기보다는, 주어진 결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재현하는 능력’이 평가의 핵심이 되는 구조 속에서 ‘주동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유로운 정보 접근이 차단된 환경에서 인공지능, 생명과학, 수학 등 첨단 분야의 연구형 학습을 운운하는 것은, 국제 학문 환경과의 격차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자기만족적 선언에 가깝다.
이번 보도는 ‘새 교수방법 창조’라는 표현을 통해 변화와 혁신의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실상은 구체성 없는 성과 나열과 상투적 찬사로 가득하다. 교육 현장의 열악한 실험 환경, 자료 부족, 국제 교류 단절, 정치적 검열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결국 이번 보도는 대학 교육의 실질적 개선을 알리기보다는, ‘교육혁명’이라는 구호를 통해 체제의 정상성과 발전성을 과시하려는 또 하나의 선전 기사로 읽힌다.
진정한 교육 혁신은 새로운 용어의 창조가 아니라, 질문할 수 있는 자유와 실패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사상보다 학문이 우선되는 환경에서만 가능하다. 북한의 대학들이 그 조건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 있는지는, 여전히 답 없는 질문으로 남아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