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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장연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보도는 또 한 번 북한식 ‘성과 연출’의 전형을 보여준다.
김정은의 참석, 만세 환호, 축포와 풍선, 어린이의 꽃다발, 지도자의 손잡기 장면까지 이 장광설 같은 보도는 공장의 실질적 성과보다 ‘누가 왔는가’와 ‘어떻게 연출되었는가’에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번 준공식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성과를 과시하는 행사로 포장됐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인민의 웃음소리’와 ‘행복한 새 생활’이라는 추상적 수사다.
그러나 이 보도 어디에도 공장이 실제로 얼마나 가동되는지, 어떤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지, 주민들의 소득과 생활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없다.
특히 공장 운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군 식료공장에서 생산되는 밀된장, 간장, 맥주가 소개되지만, 이는 ‘맛을 보아주었다’는 지도자의 만족으로만 평가될 뿐이다.
북한의 지방공업이 반복적으로 직면해온 문제—원료 부족, 전력난, 물류 단절, 기술 인력 부족—에 대한 언급은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준공식은 있지만, 정상 가동에 대한 검증은 없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자력갱생’과 ‘군인건설자’의 반복적 강조다. 지방발전을 위한 민생 산업마저 군이 동원되는 구조는, 북한 경제가 여전히 정상적인 민간 생산체계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자립경제의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제재와 고립 속에서 선택지가 제한된 현실의 반영이다.
보도는 지난해 “나라의 10분의 1”, 올해는 “5분의 1”의 지역이 자립적 발전의 밑천을 갖췄다고 주장하지만, 그 기준과 검증 방식은 전혀 제시되지 않는다. 과거 수십 년간 북한 선전에서 반복되어 온 ‘비율의 마술’이 다시 등장한 셈이다. 숫자는 커 보이지만, 주민의 식탁과 난방, 의료 접근성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이번 준공식은 공공정책을 개인의 ‘은덕’으로 환원하는 선전의 전형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지방공업공장은 국가의 의무적 산업 정책임에도, 모든 성과는 김정은 개인의 “불철주야의 로고”와 “자애로운 사랑”으로 귀결된다. 이는 제도의 성공이 아니라, 체제 유지를 위한 개인숭배 서사의 강화에 가깝다.
장연군의 하늘을 수놓은 고무풍선은 화려했을지 모르지만, 주민들의 일상은 여전히 무겁다. 공장 준공식은 반복되지만, 시장에서의 물가 안정, 안정적인 일자리, 실질적 소득 증대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답이 없다. 성대한 행사는 체제를 장식할 수는 있어도, 삶의 구조적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이번 장연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은 ‘지방발전의 새 시대’를 알리는 신호라기보다, 북한식 선전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장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발전은 축포가 아니라, 주민의 삶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