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213] 교황 레오의 중국 딜레마
  • 폴 P. 마리아니 SJ Paul P. Mariani SJ is Professor of History at Santa Clara University. 역사학 교수

  • 바티칸의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의 관여 정책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함께 존재한다. 좋은 소식은 바티칸이 중국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쁜 소식 또한 바티칸이 중국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티칸은 중국공산당(CCP)을 단순히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1949년 이후 중국을 통치해 왔으며, 현재 그 통치 기반은 견고해 보인다. 더욱이 중국은 세계 제 2위의 경제 대국이자 인구 면에서 세계 두 번째로 큰 나라이다.

    현 중국공산당의 정통 이념에 따르면, 중국은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으나 서구 열강과의 경쟁에서 패배하면서 ‘백년의 치욕’(대략 1850년부터 1950년까지)을 겪었고, 그 끝에서 중국공산당이 중국을 구해냈다는 것이다. 이제서야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마땅히 차지해야 할 지위를 다시 주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당이 내세우는 민족주의적이며 메시아적 비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한 서사는 중국의 참된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예컨대 식민 열강들—그리고 교회—이 중국에서 교육과 보건의료 분야에 기여한 역할은 언급되지 않는다. 또한 자국민을 향해 당이 자행한 과도한 폭력과 억압 역시 교묘히 빠져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중국공산당은 모든 것의 중심에 서 있으며, 시진핑은 그 핵심 지도자이다. 이러한 변화는 쉽게 감지된다. 필자는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중국 국기만큼이나 망치와 낫이 그려진 중국공산당 깃발을 자주 본 것은 마지막 방문 때가 처음이었다.

    중국공산당은 극도로 자기중심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바티칸이 당과 대화할 때마다 그 대가는 매우 크다. 시진핑이 2013년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이는 교황 프란치스코 선출 하루 뒤였다), 그는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해 왔다.

    종교 영역에는 점점 더 가혹한 규제가 도입되었으며, 종교 지도자들은 반드시 당의 심사를 거쳐 사상 교육을 받아야 하고, 모든 재정 활동을 당에 보고해야 한다. 더 나아가, 중국공산당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종교 예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오래된 규정을 강력히 집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여파는 바티칸에도 그대로 미친다. 바티칸은 중국 내의 ‘곤혹스러운’ 상황들에 대해 침묵을 강요받아 왔다. 이러한 침묵은 중국공산당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 지하교회 탄압에 사실상 동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결과, 교황 자신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중국 땅을 밟도록 초청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여 정책은 내가 가장 잘 아는 상하이에서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현재 상하이의 주교는 요셉 선빈(Joseph Shen Bin)이다. 좋은 소식은 혼선이 없다는 점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누가 자기들의 주교인지 알고 있다. 교회의 일상적 기능은 유지되고, 본당들은 사목자를 배치할 수 있으며, 성사 역시 집전될 수 있다. 그러나 나쁜 소식은 역시 그 대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선빈 주교는 원래 훨씬 작은 인접 교구의 주교였다. 그런데 중국공산당이 그를 상하이로 이동시켜 상하이 교구의 주교라고 선언했다. 이는 바티칸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달 후 바티칸은 이 기정사실을 묵인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하이에는 이미 마 다친(Thaddeus Ma Daqin) 주교가 있었다. 그는 2012년 7월 주교로 서품되었으며, 교회와 국가 모두의 동의를 받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주교 서품식이 끝난 지 불과 몇 분 만에, 그는 중국공산당이 통제하는 단체인 천주교애국회(Catholic Patriotic Association)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당의 총애를 잃었다. 그 이후 그는 엄격한 감시를 받으며 신학교에 사실상 연금된 상태로 지내고 있다. 결국 바티칸은 그를 실질적으로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교회 통제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교회는 이미 중국공산당의 통제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그 통제의 실례들은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세계 다른 가톨릭 교회에서는 교구장이 자신의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 직접 서명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공식 교구 문서는 ‘교구’라는 명의로 서명된다. 상하이 교구는 당-국가 기계의 또 하나의 톱니바퀴에 불과하다. 이는 현 주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필자는 선빈 주교가 주로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던 농촌 지역 출신이며, 해외에서 수학한 적이 없고, 당이 통제하는 조직들을 통해 승진해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한 이력은 그가 교회보다는 중국공산당의 산물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교황 레오는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지금까지 그는 전임 교황이 추진했던 유화 정책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 유화 정책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1월에 교황이 추기경들과 회합한 이후 노선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그는 중국공산당의 과도한 권력 행사를 매우 조심스럽게 견제하려 할지도 모른다. 이는 특히 본토와 달리 아직 일정한 자유를 유지하고 있는 홍콩과 같은 지역에서 더욱 중요하다.

    필자의 저서 『투쟁하는 교회(Church Militant)』에서 1950년대 중국공산당이 상하이에서 교회를 어떻게 해체했는지를 보여 주었다. 그 속편인 『분열된 중국의 교회(China’s Church Divided)』에서는 1980년대에 종교적 자유가 일정 부분 허용되었으나, 여전히 교회를 통제하려 했음을 밝혔다. 이 역사 전반을 관통하는 하나의 황금 실이 있다. 그것은 중국공산당이 지하교회에 대해 깊은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공산당은 바로 그러한 지하 조직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당 자체가 처음에는 지하 조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에는 아직 다른 카드가 있다. 교회는 로마 제국도, 동구 공산권에서도 살아남았었다. 제국들은 흥망을 거듭하지만, “지옥의 문들은 교회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이 초자연적 관점이 오늘날의 정치적 현실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확신한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12-20 08:10]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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