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214] 군종 사제단의 도덕적 중심축을 회복하다
  • 마일스 스미스 Miles Smith is assistant professor of history at Hillsdale College. 힐즈데일 칼리지 역사학 조교수

  •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자신의 보다 광범위한 개혁 노력의 일환으로 미군의 군종 사제단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으며, 그 과정에서 군종 사제단 내부에 전이되어 온 이른바 ‘뉴에이지적(New Age)’ 성향을 정면으로 문제 삼고 있다.

    헤그세스는 영상 성명을 통해 군종 사제들은 “정서적 지원 담당관이 아니라 군종 사제이며, 우리는 그들을 그렇게 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의 발언은 거의 필연적으로 점증하는 신정정치나 기독교 민족주의의 증거로 해석될 것이다.

    21세기 자유주의 미국의 기준에서 본다면, 실제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헤그세스가 구상하는 새로운 군종제도는 종교와 체제 사이의 관계를 다시 협상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종교와 종교적 행위자들은 1776년 이래로 미국 공화국의 지극히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봉사해 왔다.

    미국 독립전쟁에서 남북전쟁,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파시즘과의 투쟁, 공산주의에 맞선 냉전, 그리고 이슬람주의 테러와의 세계적 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군 복무 중인 성직자들에게 공화국의 정치적 목표를 지지하고 떠받칠 것을 요구해 왔다. 실제로 헤그세스의 변화는 미국 혁명 이래 정부가 군종 사제단에 부여해 온 동일한 사명을 다시 요구하는 것에 불과하다.

    곧 정치적 목적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영적·종교적 확증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공화국의 군종 사제단은 언제나 정치적이었으며, 국방장관을 포함한 정치적 행위자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헤그세스는 개혁파 복음주의 교회 연합(CREC)의 정식 성찬 참여 신자로서, 이 교단은 20세기 근본주의와 복음주의가 보여 준 영성주의적·개인주의적 종교성, 그리고 주류 개신교의 신학적 이단성을 거부한다.

    CREC는 자연적·정치적 위계질서, 전통적인 성 역할을 찬미하며, 설교와 교리교육 자료에서 정치신학을 강력하게 강조한다. 헤그세스에게—그리고 사실상 그리스도교 교회와 서구 정부의 대부분의 역사에 있어서—정치, 그리스도교, 전쟁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영역이다.

    종교와 종교적 영향을 받은 정치적 덕성이 전쟁 수행에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은 반드시 영적 차원의 관찰만은 아니다. 헤그세스는 건전한 군사 정책이 미국의 전투원을 지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종교를 필요로 한다고,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는 “영적 안녕을 정신적·육체적 건강과 동등한 위치에 두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문화적 전환”을 명령했다. 그는 이를 “우리 전사들과 그들의 영혼을 지지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군종 사제단이 제공해 온 어떤 형태의 종교가 미국의 전사들을 제대로 지지하지 못해 왔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헤그세스는 군종 사제들이 본래 군대의 영적·도덕적 척추가 되도록 의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십 년 동안 “신앙과 덕성이 자기계발과 자기돌봄으로 대체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종 사제들은 사목자라기보다 치료사로 인식되며, 그 역할이 축소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느님을 단 한 차례만 언급하면서 ‘감정’과 ‘놀이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육군의 영적 적합성 지침서를 조롱했다. 해당 지침서는 “병사의 영혼이 의식, 창의성, 연결성으로 구성된다”는 ‘뉴에이지적’ 개념에 의존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세속적 인본주의를 밀어붙임으로써 신앙을 지닌 전사들을 소외시킨다고 그는 지적했다. 요컨대 “이는 용납할 수 없고, 진지하지도 않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폐기한다”는 것이다.

    국방장관이 폐기하고 있는 것은 군종 사제에 대한 육군의 문서적 설명만이 아니다. 그는 거의 한 세기에 걸친 근본주의적 복음주의 영성주의와 주류 자유주의 자체를 폐기하고 있다. 헤그세스는 “전투부대의 도덕적 닻으로서 군종 사제들의 존경받는 지위를 회복”하고자 한다.

    1956년 육군 군종 사제 지침서는 “군종 사제는 자신에게 맡겨진 영혼들의 사목자이자 목자”라고 명시했다. 군종직을 “고귀하고 성스러운 소명”으로 되살리는 것이 그의 목표이지만, 그는 이 계획이 “목자들이 실제로 담대하게 자신의 양 떼를 이끌고 돌볼 자유를 부여받을 때에만” 작동한다고 인정했다.

    군종 사제들을 도덕적 안내자이자 교사로 회복하는 일은, 미국 공화국이 애초에 군종 사제를 창설한 이유를 회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적 상담자로서의 소명이 중요하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미국 공화국은 군종 사제들에게 병사와 선원들에게 공화국의 도덕적·종교적 가치를 가르칠 것을 요구해 왔다.

    19세기에는 그 도덕성과 시민 종교가 개신교적 성격을 띠었고, 20세기에 들어서는 ‘유대-그리스도교’라는 범주 아래 유대교와 로마 가톨릭을 포괄하도록 확장되었다. 헤그세스는 유대-그리스도교적 합의 내부에서 교파적 다툼을 벌이는 데에는 덜 관심이 있어 보이며, 오히려 미국 군대가 가치 중립적이지도 않고, 무한히 열린 사회·도덕적 목적론을 추구하는 조직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국의 전사들을 더 강하게 만드는 암묵적 종교적 헌신들이 있다—곧 유대, 그리스도교 윤리이다—그리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헤그세스는 후자에 대해 더 분명히 말한다. 그는 뉴에이지 신념이나 세속적 인본주의를 선호하지 않는다. 헤그세스는 그의 모든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선을 긋고 선택을 한다. 

    세속적 다문화주의는 배제되고, 유대, 그리스도교 신앙은 다시 중심으로 복귀하며, 그것은 국가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12-21 07:00]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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