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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수엘라에 정박 중인 한 유조선 |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제재 대상 원유의 불법 유통을 차단한다는 명분 아래 유조선을 추가로 나포하면서, 워싱턴과 카라카스 간 긴장이 다시 한 번 고조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는 20일(현지시간) 새벽,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베네수엘라에 최근 정박했던 유조선 1척을 공해상에서 나포했다. 이번 작전은 미 해안경비대가 주도하고 해군을 포함한 여러 연방 기관이 참여한 합동 작전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미국은 마약 테러의 자금원이 되는 제재 대상 원유의 불법 이동을 지속적으로 추적할 것”이라며 “끝까지 찾아내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국제 제재를 우회해 거래되고 있다는 미국 측의 기존 인식을 재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나포는 지난 10일 미군이 제재 대상 유조선 ‘스키퍼(The Skipper)’를 나포한 이후 불과 열흘 만에 이뤄진 추가 조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출입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밝힌 이후 첫 나포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나포된 선박은 파나마 국적의 ‘센츄리스(Centuries)’로, 미 재무부가 공개적으로 관리하는 제재 대상 유조선 명단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베네수엘라 석유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선박의 화물이 중국 정유공장으로 베네수엘라 원유를 운송해온 중국 기반 석유 무역업체와 연관돼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군사적 압박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미 당국은 마약 운반이 의심되는 선박을 잇달아 격침해 왔으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상 군사작전’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인근 해역에 항공모함과 해군 전력을 포함한 군사 자산을 대거 배치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조선 추가 나포가 단순한 제재 집행을 넘어, 마두로 정권에 대한 전방위 압박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의 강한 반발과 함께, 카리브해와 중남미 지역 전반에서 군사·외교적 긴장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