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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외무성 일본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담화는 겉으로는 일본의 ‘핵무장 야망’을 규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사실 왜곡과 과장, 그리고 자기모순으로 점철된 전형적인 대외 선전물에 가깝다.
북한은 일본의 안보 정책 변화와 일부 정치권 인사의 발언을 근거로 일본이 “전범국의 금단의 선을 넘어 핵보유 야망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의 제도·정책적 맥락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공세다.
■ ‘핵무장 위협’ 프레임의 의도적 확대
담화는 일본 내 일부 인사의 개인적 발언이나 가설적 논의를 국가 차원의 ‘핵무장 결단’으로 비약시킨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비핵 3원칙을 공식 국시로 유지하고 있으며, 핵무기 개발·보유를 금지하는 헌법적·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
정책적 검토와 학술적 논의를 곧바로 ‘핵무장화 야망’으로 규정하는 것은 의도적인 프레임 왜곡에 불과하다.
특히 북한은 일본의 ‘주변 안보 환경’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침략적 야망으로 몰아가지만, 정작 동북아 안보 환경을 극단적으로 악화시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북한 자신이다.
수십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핵 선제 사용 교리 공표는 철저히 외면한 채, 주변국의 방어적 논의만을 위협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 “세계 유일의 원자탄 피해국” 운운하는 이중잣대 비판?
담화는 일본이 ‘원자탄 피해국’임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핵무장을 꾀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이 주장 역시 자기모순적이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불법적으로 개발·보유하고 이를 헌법과 법령에까지 명문화한 사실상의 핵무장 세력이다.
더구나 북한은 핵무기를 “국가 생존의 보검”이라 미화하며,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노골적인 핵 협박을 일삼아온 당사자다. 이런 북한이 ‘핵 없는 세계’를 운운하며 일본을 규탄하는 것은 도덕적 설득력을 전혀 갖지 못한다.
■ ‘전범국 일본’ 프레임의 반복적 소환
담화 전반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일본을 끊임없이 ‘전범국’으로 호명하며 공포를 조장하는 방식이다. 물론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비판은 정당한 문제 제기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현재 자신의 핵무장과 군사적 도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만 활용한다.
과거사를 진정으로 문제 삼는다면, 북한 역시 한국전쟁 도발과 수백만 명의 희생, 납북 문제, 인권 탄압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과거를 말할 자격은 오직 자기 성찰과 책임 인식 위에서만 성립한다.
■ 결국 목적은 내부 결속과 외부 책임 전가
이번 담화의 실질적 목적은 일본의 정책 변화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촉발시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북한 내부 결속 강화, 그리고 자신들의 핵무장과 군사적 고립을 외부 위협 탓으로 돌리려는 전형적인 책임 전가에 가깝다.
북한은 일본, 미국, 한국을 차례로 ‘위협 세력’으로 설정하며 핵무장을 합리화해 왔다. 일본의 ‘핵무장론’을 과장하는 것 역시, 자신들의 핵 보유가 불가피하다는 서사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 핵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선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동북아 핵 위기의 핵심은 일본이 아니라 북한의 실제 핵무기 보유와 반복되는 군사 도발이다. 이를 외면한 채 주변국의 정책 논의만을 위협으로 몰아가는 북한의 담화는, 국제사회에서 점점 더 신뢰를 잃어가는 선전 문구로 전락하고 있다.
핵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공포 조성이 아니라 책임 있는 행동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정의와 평화’를 말하고자 한다면, 그 첫걸음은 타국 비난이 아니라 자신의 핵무장 정책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어야 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