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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당국이 삼지연 관광지구에 새로 건설한 호텔들의 준공 소식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국영 매체는 이를 “우리 시대의 자랑스러운 창조물”, “대중봉사거점의 새로운 경지”로 치켜세우며, 김정은의 현지 참석과 발언을 장황하게 전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수사와 달리, 삼지연 호텔 준공식은 북한 경제와 사회가 처한 구조적 현실을 오히려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관광산업 선전과 주민 생활의 괴리
삼지연은 북한이 수년간 ‘혁명 성지이자 산악 관광지’로 집중 육성해온 지역이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선 호텔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시설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 주민 다수가 여전히 식량 부족과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고급 숙박시설과 온천, 상업·급양시설을 강조하는 관광 개발은 주민 생활과 거의 맞닿아 있지 않다.
국영 매체는 “인민의 문화휴양지”를 반복해 언급하지만, 외화 부족과 내부 이동 통제, 계층 간 소비 격차를 고려하면 일반 주민들이 이러한 호텔을 이용할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결국 삼지연 관광지구는 ‘인민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대외 선전용 쇼윈도이자 제한된 특권층과 외국인을 상정한 공간에 가깝다.
‘봉사의 질’ 강조가 역설하는 북한의 현실
김정은이 호텔 운영과 관련해 “기본은 봉사의 질”이며 “봉사원들의 전문가적 자질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역설적이다. 이는 북한 관광·서비스 산업 전반이 아직 기본적인 서비스 역량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체계적인 교육, 언어 능력, 안정적인 물자 공급 없이 ‘세계적 관광지’를 운운하는 것은 구호에 불과하다.
더구나 국제 제재로 인해 외국 관광객 유치가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관광산업을 국가 발전 잠재력의 증거로 제시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호텔이 아무리 ‘현대적’이라 해도,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경제적 기반과 수요가 없다면 유지 비용만 가중될 뿐이다.
충성의 환호 속에 사라진 질문들
준공식 보도는 참가자들의 “우렁찬 환호성”과 지도자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보도에서도 공사 비용, 재원 조달 방식, 주민 동원 여부, 기존 주거·생산 인프라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북한식 개발 사업에서 반복되어 온 강제 동원과 희생의 문제는 이번에도 철저히 배제됐다.
삼지연의 호텔들은 북한 당국이 말하는 ‘전면적 부흥발전’의 상징으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체제 선전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반복하는 왜곡된 개발 모델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화려한 건축물은 늘어났지만, 주민의 삶을 지탱하는 식량·의료·전력 문제는 여전히 뒷전이다.
빛나는 외관, 어두운 실상
삼지연 관광지구 호텔 준공은 북한이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인민 생활의 실질적 개선보다는, 지도자의 ‘령도 업적’을 과시할 수 있는 상징물 건설이 앞선다. 이 화려한 호텔들이 진정으로 인민의 삶을 바꾸는 공간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선전용 무대에 그칠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의 관광 개발이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준공식의 환호보다 주민들의 일상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먼저여야 한다. 그러나 삼지연에서 울려 퍼진 것은 여전히 질문 없는 찬가뿐이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