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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당국이 함경북도 구미포수산사업소에 “현대적인 해삼 배양장”을 건설했다며 대대적인 성과를 선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해삼을 ‘바다인삼’이라 치켜세우며, 첨단 설비와 과학적 양식 체계를 갖춘 모범 사례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수사는 북한 수산 정책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가리기 위한 전형적인 선전 수법에 가깝다.
당국은 해삼 양식 확대가 “인민생활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삼은 북한 주민의 일상적인 식단과는 거리가 먼 고급 수산물이다. 오히려 해삼은 외화벌이 수출품이나 특권층 공급 대상으로 활용돼 온 것이 현실이다.
만성적인 식량난 속에서 주민 다수가 기본적인 단백질조차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해삼 양식이 민생 개선으로 직결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통신은 통합조종체계, 실시간 감시 시스템, 에너지 절약형 설계 등 ‘첨단’이라는 표현을 반복한다. 그러나 문제는 건설이 아니라 유지와 운영이다. 북한 전반에 만연한 전력난과 연료 부족, 부품 수급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고도화된 설비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거에도 ‘현대적’이라 선전된 수많은 공장과 시설이 준공 직후 방치되거나 부분 가동에 그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번 해삼 배양장 건설 과정 역시 익숙한 장면을 되풀이한다. 중앙의 정책 지시에 따라 단기간에 대규모 건축을 완공하고, 이를 성과로 포장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속도전’은 장기적 생산성이나 지속 가능성보다 정치적 과시 효과를 우선시해 왔다.
실제로 해당 시설이 몇 년 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시되지 않는다.
북한 수산업의 근본적 문제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제도와 환경이다. 어획과 양식 전반이 국가 통제에 묶여 있고, 생산물의 배분 역시 시장이 아닌 당국의 필요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영양가 높은’ 해삼을 대량 생산한다 해도, 그것이 주민 다수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결국 이번 해삼 배양장 선전은 인민의 식생활을 걱정한 결과라기보다, “무언가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전시 행정에 가깝다.
바다를 낀 곳에서 무엇을 양식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생산물이 누구의 밥상에 오르느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 ‘바다인삼’이라는 미사여구는 공허한 선전 문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