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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검찰이 국가 핵심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불법 유출한 혐의로 삼성전자 전 임원과 엔지니어링 인력 등 10명을 공식 기소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경쟁의 이면에 드리운 기술 안보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기업 간 기술 분쟁이 아닌 국가급 보안 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장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삼성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10나노미터급 D램(DRAM) 공정 기술을 장기간·체계적으로 유출해 중국 측에 이전했다. 이 기술은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근간으로,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돼 있다.
10나노급 D램 핵심기술 ‘전면 유출’ 판단
반도체 전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조사부는 사건의 핵심 인물로 삼성 연구개발(R&D) 요직을 거친 뒤 CXMT의 개발 책임자로 옮긴 A씨를 지목했다. A씨는 CXMT에서 10나노급 D램 개발을 전면적으로 주도했으며,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A씨와 함께 해당 공정 연구개발에 참여한 핵심 엔지니어 4명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결과, 이들이 이전한 기술은 단일 공정 일부가 아니라 설계·공정·장비 매개변수를 포괄하는 ‘전체 공정 시스템’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추적 피하려 손으로 600개 공정 매개변수 필사”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수법은 치밀했다. 전 삼성 연구원 B씨는 2016년 중국 이직 당시 전자 복사나 촬영 기록이 남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요 DRAM 공정·장비 매개변수 약 600개를 손으로 직접 필사해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해당 자료가 삼성이 약 5년간 1조 6천억 원을 투입해 축적한 10나노급 D램 기술 성과의 핵심으로, 상업적 가치가 가장 높은 자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피고인 C씨는 CXMT 내 청정 공정 담당자로 근무하며 SK하이닉스의 국가 핵심 기술까지 불법 취득해 유출 범위를 확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기술 유출이 CXMT가 첨단 공정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고, 2023년 중국 최초로 1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유령회사 설립·암호 통지…검찰 “조직적 범행”
검찰은 이번 사건이 개인 일탈이 아닌 조직적 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피고인들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유령 회사를 설립하고 사무실을 수차례 이전했으며, 내부적으로는 “국가정보원이 근처에 있다고 가정하라”는 행동 지침을 공유했다. 체포 시 공범에게 암호로 알리기로 사전 합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 핵심 기술을 겨냥한 범죄는 지속성과 조직성이 확인될 경우 엄중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피해 규모 ‘수십조 원’…산업·국가 경쟁력 직격탄
검찰은 기술 유출로 인한 삼성전자 단일 기업의 시장 손실만 약 5조 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공급망 붕괴, 가격 경쟁 심화, 미래 기술 주도권 상실까지 고려하면 산업 전반의 피해는 수십조 원대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이 긴장된 시점에 드러나, 파장이 더욱 크다. 업계와 과학기술계에서는 “기술 유출은 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기술 주권과 안보를 직접 위협한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김·희·철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