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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 체포자 석방 요구하는 촛불시위 |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구실로 삼아 국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25일(현지시간), 미군의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 증강 배치 이후 마두로 정권이 ‘외부 위협’을 내세워 정권 비판자들을 반역자로 낙인찍고 체포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마르티나 라피도 라고치노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마두로 정부는 미국의 압박을 군 병력 배치의 명분으로 활용하며, 수십 명의 반체제 인사들을 반역자로 몰아 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마약 선박 단속을 이유로 카리브해에 병력을 투입하고,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을 봉쇄하는 한편 본토 군사작전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에 마두로 대통령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방대한 석유 자원을 노려 정권 교체를 꾀한다”고 주장하며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동시에 탄압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부정선거 논란에도 불구하고 3선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야권과 미국 정부,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실제 득표에서 야권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마두로를 크게 앞섰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 이후 전국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확산되자 당국은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28명이 숨지고 약 2천400명이 체포됐다. 현재도 수백 명이 구금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야권 인사 알프레도 디아스 전 누에바에스파르타 주지사가 투옥 1년여 만에 사망한 사실을 베네수엘라 정부가 시인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정치범들에게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인권단체 ‘포로 페날’은 디아스 전 주지사가 1년 동안 독방에 수감됐고, 딸과의 면회도 단 한 차례만 허용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베네수엘라의 정치범 수가 최소 887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유엔 인권기구도 공개적으로 경고음을 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시민사회 공간에 대한 탄압이 심화되면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자유가 질식되고 있다”며 “언론인, 인권운동가, 야당 인사, 심지어 인도주의 활동가들까지도 단지 자신의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속적인 위협과 자의적 구금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미·베네수엘라 간 긴장이 장기화될수록 마두로 정권이 ‘외부의 적’을 내세워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과 감시가 느슨해질 경우, 베네수엘라의 인권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