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최근 보도를 통해 올해 북한의 밀 생산 계획이 120% 이상 초과 달성되었으며, 늦곡식 농사에서도 “풍작의 기쁨”이 넘친다고 선전했다.
당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한 성과라는 평가와 함께, 종자혁명·과학농사·기계화·관개 건설 등 농업 전반의 “질적 도약”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수사는 과연 북한 농촌의 실제 삶과 식량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
반복되는 ‘초과 달성’ 담론의 한계
북한 매체에서 등장하는 “○○% 초과 수행”이라는 표현은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 수치가 절대 생산량의 증가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 자체의 달성을 뜻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국제기구와 대북 지원단체, 탈북민 증언을 종합하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여전히 만성적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 매체는 해마다 “풍작”과 “결산분배”를 강조하며 체제 성과를 과시하는 동일한 서사를 반복해왔다.
신문은 농산작업의 기계화 비중이 높아지고 관개 건설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연료 부족, 노후 장비, 전력난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일부 시범 농장이나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 성과가 있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이를 전국적 “실지 변혁”으로 일반화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실제로 많은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인력 동원과 비과학적 농법에 의존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인민생활 개선’과 현실의 괴리
신문은 김정은이 당 전원회의에서 “인민생활에서 실제적인 변화”를 강조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농업 생산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었다면, 시장 물가 안정과 배급 정상화로 이어져야 한다.
현실은 오히려 지역별 식량 접근성의 격차가 심화되고, 주민들이 장마당 의존을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결산분배’가 이루어졌다는 주장 역시, 분배의 규모와 지속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구체적 설명도 없다.
이번 보도는 조선노동당 제8기 전원회의 결정을 충실히 관철했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농업 성과와 결합시키는 전형적인 선전 양식을 보여준다. “온 나라의 마음들이 전야로 향했다”는 표현은 실제 생산 조건과 농민들의 삶보다는 충성 동원과 사상 결집을 강조하는 수사에 가깝다. 농업이 주민 생존의 문제라기보다 체제 정당성을 입증하는 도구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
북한 농업의 진정한 개선을 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계획 대비 퍼센트가 아니라, 절대 생산량, 지역별 편차, 주민 체감도에 대한 투명한 정보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철저히 통제된 채, 성공 담론만이 반복 생산되고 있다. “120% 초과 달성”이라는 구호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이번 보도는 북한 농업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가리기 위한 또 하나의 선전 사례에 가깝다. 인민생활의 실질적 개선을 말하려면, 성과의 포장보다 실패와 부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