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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과 베네수엘라 마두로 |
미국이 베네수엘라 영토 내부의 지상 목표물을 직접 타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양국 간 긴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간 해상 차단·나포에 머물렀던 대(對)베네수엘라 압박이 육상 타격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미 CNN은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부두 지역의 큰 폭발”의 실행 주체가 미 중앙정보국(CIA)라고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CIA는 베네수엘라 해안의 외딴 항만 부두를 정밀 타격했다.
미국 정부는 범죄 조직 ‘트렌 데 아라과’가 해당 부두를 마약 보관·선적·운송의 거점으로 활용해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습으로 부두 시설과 정박 선박이 파괴됐으나, 당시 현장에 인원이 없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작전에서 CIA는 특수작전부대의 정보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 특수작전사령부는 직접 관여를 부인했다. 사용된 드론이 CIA 소유인지, 미군이 제공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은 그동안 베네수엘라 근해에서 마약 운반이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하거나, 제재 위반 유조선을 나포하는 방식으로 압박해왔다. 베네수엘라 영토 내 지상 목표물을 직접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마약을 배에 적재하는 부두 지역에서 큰 폭발이 있었다”고 공개했으나, 작전 주체가 군인지 정보기관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군은 대베네수엘라 압박의 일환으로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한 MQ-9 리퍼 무인기 여러 대를 푸에르토리코 기지에 배치해 둔 상태다. CIA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 파키스탄·예멘·소말리아 등에서 테러 조직을 상대로 정기적인 드론 타격을 수행했으나, 최근에는 타격 임무를 주로 미군에 맡겨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내무장관 디오스다도 카베요는 최근 미국을 향해 “제국주의적 광기와 위협,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이 미·베 관계의 ‘선’을 넘는 조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해상 봉쇄에서 육상 타격으로의 전환은 억지 효과를 노린 신호이자, 동시에 보복·확전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대치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