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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일본 조선신보가 최근 평양시 낙랑구역에 준공된 통합병설학교를 두고 “온 나라의 본보기”라며 대대적인 찬양에 나섰다. 유치원부터 고급중학교까지를 한 공간에서 운영하는 이른바 ‘통합병설학교’가 당의 후대관과 최고지도자의 사랑이 결실을 맺은 상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장황한 미사여구의 이면에는 북한 교육 현실의 구조적 문제와 선전의 전형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신보는 해당 학교 준공 소식을 전하며, 교육자·학생·학부형 모두가 기뻐하고 있으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기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은 이유를 “나라의 교육발전과 후대들을 위해 그 무엇도 아끼지 않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뜨거운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서술한다.
학교 하나의 준공이 곧바로 최고지도자의 인애(仁愛)와 직결되는 서사 구조는 북한 선전에서 반복되는 익숙한 공식이다.
문제는 이 통합병설학교 모델이 과연 ‘교육 선진화’의 결과인지, 아니면 만성적 자원 부족을 덮기 위한 임시방편인지를 묻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유치원부터 고급중학교까지를 한 학교에서 운영한다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연계 교육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교원·시설·교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여러 학제를 한데 묶어 관리 효율을 높이려는 선택일 가능성도 크다.
북한의 다수 지역에서는 난방 부족, 전력난, 교과서 미보급, 교원 생계 불안이 여전히 일상이다. 이런 조건에서 ‘통합’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학습 환경의 혼잡과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매체는 교육 내용, 교사 배치, 학생 수용 능력, 지역 확산 가능성 같은 핵심 정보는 일절 다루지 않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학교가 평양, 그것도 낙랑구역에 세워졌다는 사실이다. 북한 매체가 “온 나라의 본보기”를 말할 때, 그 무대는 늘 평양이다. 지방의 수많은 학교들이 붕괴 직전의 건물과 결손된 교육 여건에 놓여 있는 현실은 언급되지 않는다.
평양의 특정 시설을 전국적 성과로 일반화하는 방식은, 체제 선전의 전형적 수법일 뿐이다. 결국 이 보도는 학생과 학부형의 실제 목소리를 담기보다, 지도자 중심의 감동 서사를 재생산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교육 정책의 성과를 말하려면 지속성, 보편성, 질적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매체의 언어는 여전히 ‘사랑’, ‘은덕’, ‘후대관’ 같은 추상적 정치 언어에 머물러 있다.
학교는 체제 충성의 전시물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다. 통합병설학교가 진정한 교육 혁신이라면, 그 기준은 선전 문구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교사의 전문성 강화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보도는 또 하나의 ‘준공식 기사’에 그치며, 북한 교육이 안고 있는 구조적 빈곤을 가리는 장막으로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온 나라의 본보기’라는 말이 공허한 수사가 되지 않으려면, 북한은 먼저 평양의 상징적 건물 뒤에 가려진 다수 학생들의 현실부터 직시해야 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