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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은 2026년 새해를 맞아 평양 5·1경기장에서 대규모 신년경축공연을 성대히 진행했다고 선전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이번 공연을 “인민의 환희와 국가의 승리를 집약한 역사적 순간”으로 묘사하며, 무대 위의 노래와 군중의 환호, 그리고 최고지도자의 등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언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새해의 희망을 나누는 축제라기보다 체제 충성 의식의 정례화된 재연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보도 전반은 ‘인민’이라는 단어를 수십 차례 반복하지만, 정작 인민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식량난, 에너지 부족, 국제 제재 속에서의 민생 악화 등 현실적인 문제는 철저히 배제된 채, 무대 위에서는 “강대한 조국”, “영원한 만복의 화원”이라는 수사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는 공연이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현실을 가리는 장막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공연의 중심이 국가나 공동체가 아니라, 철저히 개인 숭배 구조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환영곡과 함께 등장한 김정은에게 군중은 “자애로운 어버이”라는 표현으로 경의를 표하고, 공연의 흐름 역시 그의 손짓과 연설을 정점으로 설계돼 있다.
이는 예술 공연의 형식을 빌린 정치 의례이자, 지도자 개인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재확인하는 집단적 장면 연출에 가깝다.
또한 공연 관람자 구성 역시 상징적이다. 당·정부·군 간부, ‘로력혁신자’, 해외작전부대 장병과 그 가족들이 주요 관람층으로 언급되지만, 일반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나 일상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전 인민의 축제’라는 표현과 달리, 체제에 충성한 선별된 집단만이 동원된 행사였음을 시사한다.
신년경축연설 역시 마찬가지다. 연설은 2025년의 “위대한 성과”와 “혁혁한 변혁”을 자화자찬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하지만, 그 성과가 인민의 삶에 어떤 실질적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대신 “더 굳게 단결하자”, “당 제9차대회가 가리키는 길로 나아가자”는 구호가 반복될 뿐이다. 이는 미래 비전이라기보다, 동원과 결속을 요구하는 정치적 주문에 가깝다.
결국 이번 신년경축공연은 새해의 출발점에서 인민에게 희망을 묻고 답하는 자리가 아니라, 체제의 정당성과 지도자의 권위를 재확인하는 무대였다. 화려한 조명과 축포, 웅장한 노래가 밤하늘을 수놓았지만, 그 빛은 주민들의 삶을 비추기보다 현실의 그늘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축제를 원한다면, 무대 위의 찬가가 아니라 인민의 삶 속에서 체감되는 변화로 답해야 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