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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외무성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을 두고 “주권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외무성 대변인은 4일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미국의 행위를 “불량배적이며 야수적인 본성의 발로”라고 규정하며,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난폭하게 위반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명은 국제법의 원칙을 수호하려는 일관된 문제 제기라기보다, 정권 이해에 따라 선택적으로 동원되는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행위를 “주권존중과 내정불간섭, 영토완정을 기본목적으로 하는 유엔헌장에 대한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자신은 수십 년간 핵·미사일 개발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반복적으로 위반해 왔고, 자국민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체계적으로 침해해 온 당사자다.
주권과 국제법을 입에 올리기 전에, 자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노동, 정치범수용소, 표현의 자유 말살부터 설명해야 하는 것이 순서다. 국제법은 체제 방어용 방패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과 국제사회에 대해 져야 할 책임의 규범이기 때문이다.
이번 성명은 베네수엘라 사태의 구체적 맥락이나 현지 민심, 인권 상황에 대한 언급 없이 오직 “미국의 패권행위”라는 구호로만 채워져 있다. 이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겪어온 경제 붕괴와 정치적 탄압, 대규모 탈출 사태에는 침묵한 채, 반미 연대라는 이념적 틀 속에서 독재 정권을 감싸는 전형적인 냉전식 사고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주권과 국제질서를 걱정한다면, 왜 같은 논리를 시리아, 이란, 러시아의 군사 개입이나 자국의 핵 위협에는 적용하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외무성 대변인은 국제사회가 미국의 행위에 “응당한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북한에 반복적으로 요구해 온 것은 규탄 이전에 책임 있는 행동, 투명성, 그리고 국제 규범 준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판과 제재에 대해서는 “주권 침해”라며 반발하면서, 다른 나라의 사안에 대해서는 가장 강경한 언어로 개입한다. 이는 주권 개념을 보편적 원칙이 아닌 정권 생존을 위한 도구로만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둘러싼 국제적 논쟁은 분명 복잡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권이란 특정 정권의 절대적 방패가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존엄을 지키기 위한 책임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외면한 채 “주권 침해”만을 외치는 북한의 성명은 국제법을 옹호하는 선언이 아니라, 독재 정권들 간의 연대 선언에 가깝다.
국제사회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특정 국가의 일회적 군사행동만이 아니라, 주권이라는 말을 앞세워 국민을 억압하고 국제규범을 무력화하는 체제의 상습적 위반 행태일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