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230] 사제 직무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Wake Up Dead Man」
  • 스콧 베일리 Scott Bailey is a priest of the Archdiocese of Denver and the pastor at Risen Christ Catholic Parish. 덴버 대교구 소속 사제

  • 유명한 탐정 브누아 블랑은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라이언 존슨 감독의 「나이브스 아웃」 프랜차이즈 세 번째 작품인 “Wake Up Dead Man 죽은 자여 깨어나라”에서, 그는 뉴욕 주 북부로 불려가 제퍼슨 윅스 몬시뇰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블랑은 이 사건 역시 반드시 풀 수 있다고 확신하며, 이야기의 끝에서 자신이 말하듯 “무대에 올라 상대의 거미줄 같은 음모를 풀어헤치는” 순간을 고대한다. “아, 두고 보라구요. 정말 재미있을 겁니다!”

    그러나 마침내 범인의 사악함과 수치를 만천하에 드러낼 순간이 왔을 때, 블랑은 침묵을 선택한다. 그 선택은 본당 사제인 주드 뒤플랑티시 신부의 모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블랑은 살인범을 폭로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대신 그는 범인에게 자유의지에 따른 고백의 기회를 주고, 그로 인해 사제는 성사적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Wake Up Dead Man’ 개봉 약 2년 전, 존슨 감독은 필자를 초대해 시나리오 초안을 읽고 가톨릭 사제의 관점에서 피드백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직후 나는 이 영화의 가톨릭 기술 자문이 되었다. 나는 제작진을 위한 자문 역할을 맡아 의상, 세트 장식, 소품과 관련된 질문에 답했고, 주드 신부 역을 맡은 배우 조시 오코너와는 몇 차례 “코칭” 대화도 나누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나는 주드 신부를 통해 묘사된 사제직의 모습이 매우 가슴에 와 닿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최근 수년간 영화 속에서 내가 본 사제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인물 중 하나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른 사제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 영화 제작에 관여한 나의 입장 때문에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영화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후, 나는 많은 사제들과 이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Wake Up Dead Man’은 사제직을 존중하며, 주드 신부를 통해 훌륭한 사제의 마음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한 사제는 이 영화가 자신을 “정말로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는 느낌”을 주었다고 내게 전했다.

    이 영화에는 분명 부적절하거나 부정확한 요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주드 신부라는 인물은 사제직을 설득력 있게 그려 낸다. ‘Wake Up Dead Man’은 가톨릭 사제에 대해 네 가지 중요한 점을 제대로 짚어낸다.

    사제 생활 초년기의 경험

    영화 초반, 우리는 주드 신부를 처음 만나며 그가 스스로를 “젊고, 철없고, 그리스도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장면을 본다. 그는 예수님의 변화시키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열정과 열의를 가지고 본당 사목에 뛰어든다.

    신자들과 친근해지려 애쓰지만, 많은 이들은 그를 순진하고 쓸모없는 사람처럼 대한다. 주드 신부는 선의로 행동하지만, 때때로 본당 신부에게 알리지 않고 기도 모임을 열려는 것처럼 선을 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사제 직무 초기 몇 해를 보내는 대부분의 사제들에게 매우 익숙한 모습일 것이다.

    일대일 동반(伴行, accompaniment)

    영화 초반부에서 주드 신부는 각 신자를 그들의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만나려 애쓰는 데 탁월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며, 기회가 있을 때 통찰을 나눈다. 이는 본당 사제들의 일상적인 사목 과업이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신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 전체를 향해 하나의 강론을 선포할 때, 그 강론은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강론이 일대일 동반 사목과 결합될 때, 종종 매우 큰 열매를 맺는다.

    윅스 몬시뇰과 달리, 주드 신부는 세상의 악에만 집착하고 하느님의 선하심에는 무관심한 “문화 전사들”을 양산하지 않는다. 그의 사목 모델은 예수님께서 친히 가르쳐 주신 것이다. 그것은 인격적이며, 그리스도 중심적이고, 회심된 삶으로 걸어가도록 초대하는 방식이다. 주드 신부는 사람들과 함께 기꺼이 걸어가려는 인내심 있는 아버지 상의 훌륭한 본보기다.

    “루이즈의 순간들”

    영화에는 주드 신부가 블랑과 함께 단서를 추적하는 데 완전히 몰두해 있는 장면이 있다. 그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루이즈라는 수다스러운 여성과 통화하게 된다. 사건 해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그녀와의 통화를 서둘러 끝내려던 순간, 그녀가 갑자기 묻는다. 
    “신부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실 수 있나요?”

    그 순간 주드 신부의 태도는 바뀐다. 그는 숨을 고르고, 루이즈에게 온전히 마음을 집중한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병든 어머니를 위해 함께 기도한다. 미스터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모든 사제는 이런 경험을 알고 있다. 우리는 급한 중이거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방해받는다. 처음에는 짜증이나 좌절감이 밀려오기도 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사제가 성령께 주의를 기울이고 주님께서 인도하시도록 자신을 내어맡길 때, 그 순간은 하느님 은총의 강렬한 체험으로 변한다.

    이러한 순간들은 민원 처리나 본당 재정 걱정처럼 사제직의 덜 흥미로운 의무들 한가운데서, 주님께서 주시는 소명 확인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순간을 통해 주님은 사제를 혼란에서 끌어내어 하느님의 현존 안으로 들어가게 하시며, 주드 신부의 표현대로 다시 “사제답게 느끼도록” 초대하신다. 나는 이제 내 사목 안에서 이런 경험들을 “루이즈의 순간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끈질긴 초대

    모든 사제는 회심에 유독 저항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다. 성당에 앉아 있는 모든 이가 이미 주님과 깊이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주님과의 관계에서 적대적이거나, 무관심하거나, 일관성 없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2티모테오 4,2)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초대를 거듭해야 한다.

    주드 신부의 끈질긴 초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을 관통한다. 살인범이 그의 품에서 죽어가고 있을 때, 그는 그녀가 여전히 움켜쥐고 있는 죄를 고백하도록 권하며, 온전한 고해성사를 하도록 돕는다.

    이야기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그의 끈기를 본다. 그는 블랑을 재개관된 성당에서 봉헌되는 첫 미사에 초대한다. 주드 신부는 아마도 블랑이 “아니오”라고 답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초대는 씨앗을 심는 행위다. 주님께서 언제나 그를 다시 맞이할 준비가 되어 계심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사제들은 가장 완고한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조차 주님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으며, 우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사실을 끈질기게 일깨워 주어야 한다.

    ‘Wake Up Dead Man’은 결코 완벽한 영화가 아니며, 가톨릭적 요소를 모두 정확히 묘사하지도 않는다. 현실에서 신실한 사제들은 주님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보좌신부에게 고해성사를 보지 않으며, 거짓 고백(이는 성사 모독이다)을 하지 않고, 공동체에 분열을 조장하지 않으며, 설령 죽어가는 살인 용의자라 하더라도 타인이 고해성사를 엿듣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들을 제외하고 본다면, 필자는 많은 사제들이 이 영화를 사제 직무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영화 목록에 기꺼이 추가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6-01-06 08:16]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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