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232] 트럼프의 카라카스 승부수
  • R. R. 리노 R. Reno is editor of First Things. 편집장

  • 베네수엘라의 강권 통치자 니콜라스 마두로가 카라카스에서 체포되었다. 이번 군사 작전은 국제 정세에서 하나의 중대한 전환점을 이룬다.

    트럼프 행정부는 냉전 종식 이후 이상으로 여겨져 온 이른바 “규칙 기반 국제 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를 거부해 왔다는 사실을 숨긴 적이 없다. 그 대신, 경쟁적인 세계 체제 속에서 미국의 국가적·문명적 이익을 굳건히 떠받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마두로의 체포는 바로 그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이전 행정부들 역시 마두로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의 측근 몇몇에게 제재를 가했고,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 그에게 현상금을 걸었다. 특수부대를 카라카스로 파견한 것은 분명 극적인 수위의 상승이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되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국가안보전략을 읽은 이라면, 이러한 전개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문서는 200년 동안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적 지위를 정당화해 온 먼로 독트린을 다시 천명한다. 베네수엘라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그 지배에 맞서는 저항의 핵심축이 되었고, 중국·러시아·이란과의 동맹을 통해 더 넓은 세계 차원에서 미국의 이익에 도전하는 존재가 되었다. 트럼프는 마두로를 전복하고 베네수엘라와 그 석유 자원을 미국의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마두로의 카라카스 체포가 합법적인지 여부에 대한 논쟁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겠다. 그러나 9·11 이후 형성된 우리의 법적 체제가 군사 행동에 매우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마두로를 “마약-테러 조직”의 수괴로 규정했다. 이 지정은 베네수엘라에서 미군 병력을 사용하는 것이 법문의 범위 안에 들어가도록 보장해 줄 것이라 나는 짐작한다.

    합법성의 문제를 떠나, 우리는 트럼프의 행위를 도덕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백악관은 이번 작전을 침공이 아니라 체포라고 정당화하지만,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력 침략 행위”라는 러시아 외무부의 전적으로 위선적인 비난에는 일정 부분 진실이 담겨 있다. 마두로를 체포하기 위해 군사 자산이 사용되었고, 베네수엘라의 주권은 침해되었다. 더 나아가, 앞서 언급했듯이 행정부는 단순히 범죄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이성(reason of state)에 따라 행동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트럼프의 결정을 전쟁의 도덕성이라는 틀 안에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가톨릭 교회는 정의로운 전쟁에 관한 교리를 제시한다. 이 교리는 전쟁에 나설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기 위한 여러 기준과,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도덕적 제약을 포함한다. 이러한 정의로운 전쟁 교리의 요소들은 성경이 전제하는 평화에 대한 근본적 선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도덕적으로 허용되는 폭력의 사용은 “질서의 평화”를 회복하고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확립된 법치(rule of law)는 질서의 평화를 가져온다. 그 정의가 완전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품위 있고 예측 가능한 법이 존재하기만 해도 충분하다. 냉전 이후 전 세계적 법치, 곧 규칙 기반 질서를 구축하려는 야심은 바로 이러한 이상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세계의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전 세계 질서의 평화를 위협한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상대적 쇠퇴였다. 단순히 말해, 실제적이든 인식된 것이든 미국의 약화는, 한때 미국의 문화적·경제적·군사적 힘에 의해 뒷받침되던 세계 질서에 대한 도전을 불러왔다.

    정파적 수사를 걸러내고 보면, 2026년 현재 외교 정책 논쟁의 핵심은 세계적 차원의 질서의 평화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이 논쟁에서 양측 모두 미국의 힘이 결정적이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전제로 삼고 있다.

    트럼프의 비판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규칙 기반 질서의 재건을 구상한다. 예컨대 그들은 미국이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대를 축출해야 하며, 점점 더 통합된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냉전 이후의 체제가 미국의 상대적 쇠퇴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본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접근법이다. 즉, 중대한 적대 세력의 현실을 인정하고, 규칙이 아니라 이익에 기반한 세계 질서 속에서 미국의 우위를 뒷받침할 문화적·경제적·군사적 토대를 재확립하려는 접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할 미국의 역량을 결집해야 할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이 과제는 최근 국가안보전략의 주된 선율이며, 서두에서 끝까지 문서의 모든 문장에 스며 있는, 말해지지 않은 의미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 침략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 역시 이러한 필연성을 반영한다. 백악관은 유럽 국가들이 군사 지출을 늘리도록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한편, 자초한 경제적 제약과 문명적 무기력을 비판해 왔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이 러시아의 유럽 국경에 대한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려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어쩌면 그것은 애초에 달성 불가능한 목표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목표는 유럽이 그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과의 더 큰 세계적 투쟁을 위해 서구 문명의 자원을 결집하는 데 있다.

    서반구에서는 백악관이 보다 직선적인 접근을 취할 수 있다. 원래의 먼로 독트린은 서반구에서 활동하던 유럽 열강이 신생 미국 국가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립되었다. 그것은 대체로 방어적이었다. 프랑스와 영국을 배제하라는 것이었다.

    오늘날 먼로 독트린은, 서반구가 미국의 힘을 떠받치는 통합되고 효과적인 토대로 기능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구 전반에 걸쳐 에너지, 무역, 군사 안보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 베네수엘라의 완강한 정권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중대한 장애물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대국들이 경쟁하는 이익 기반의 세계 질서를 구상하며, 그 가운데 미국은 “동등자들 가운데 첫째(first among equals)”이다. 이러한 체제가 질서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기억이 긴 이들은 과거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개입이 불러일으킨 원한을 떠올릴 것이다. 그 원한은 반미 정서의 한 세대를 길러냈다. 어쩌면 21세기에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경한 접근은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는 세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푸틴과 시진핑이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자신들의 영향권을 확장하려 하며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만일 이익 기반 질서가 갈등을 불러온다면, 우리는 카라카스에서의 “집행 조치”를 운명적인 길로 들어선 경솔한 한 걸음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비교적 안정적인 세계 체제로 항해해 나가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는 이를 지혜로운 선택으로, 21세기 질서의 평화를 떠받치는 기초 가운데 하나로 보게 될 것이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6-01-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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