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북한의 노동신문은 1월 8일자에 「총련애국위업의 바통을 억세게 이어가겠습니다」라는 장문의 기사를 실어, 재일조선인총련합회(총련) 산하 조선학교 학생들의 ‘조국 방문’과 설맞이 공연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겉으로는 재일동포 사회의 결속과 차세대 교육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기사 전반을 들여다보면 그 실체는 아동을 포함한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한 노골적인 정치적 충성 강요와 세습 우상화의 재생산에 가깝다.
기사는 시종일관 북한 최고지도자를 “자애로운 어버이”, “아버지원수님”으로 호명하며, 학생들의 감정과 정체성을 특정 인물에게 종속시키는 서사를 반복한다. 이는 단순한 존경 표현을 넘어, 가족적 언어를 통해 정치 권력을 사적·혈연적 관계로 위장하는 전형적인 전체주의 선전 기법이다.
특히 아직 판단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초등·중등 연령의 학생들에게 이런 언어를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정치적 세뇌에 해당한다.
기사에서 강조되는 설맞이 공연, 지도자와의 기념사진, ‘사랑의 선물’은 모두 체제 충성을 시각적·의례적으로 각인시키는 장치다. 학생들의 눈물과 환호, “우리는 아버지원수님의 아들딸”이라는 발언은 자발적 감정 표현으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정교하게 설계된 감정 연출의 결과다.
이 과정에서 학생 개인의 꿈이나 자유로운 정체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직 ‘총련의 후비대’, ‘애국의 계주봉’이라는 집단적 역할만이 부여된다.
총련과 조선학교는 일본 사회에서 이미 복잡한 법적·사회적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체제 선전과 지도자 우상화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는 재일동포 사회를 국제정치의 방패이자 선전 도구로 소비하는 행태이며, 오히려 학생들과 학부모를 일본 사회에서 더 큰 긴장과 위험에 노출시킬 가능성이 크다.
기사 말미에서 인솔 교원과 학부형들은 조국 방문이 “수백 시간의 수업보다 큰 감화력”을 준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 감화력의 내용은 비판적 사고나 학문적 성장과는 무관하다.
대신 강조되는 것은 지도자에 대한 충성, 체제에 대한 동일시, 그리고 ‘대를 이은 애국’이라는 정치적 의무감이다. 이는 교육의 이름을 빌린 정치적 동원이며, 아동의 권리와 교육의 중립성을 정면으로 훼손한다.
이 기사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총련의 ‘대’는 끊기지 않아야 하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한 지도자와 한 체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은 사라지고, 아이들은 미래의 시민이 아니라 미래의 충성 주체로만 그려진다.
그러나 자유사회에서 교육은 충성을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번 《로동신문》 기사는 재일동포 학생들의 문화 교류나 정체성 교육을 다룬 미담이 아니다. 그것은 아동과 해외 동포를 동원해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재생산하려는 정치 선전문이며, 그 이면에는 개인의 자유와 아동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북한식 권력 논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총련의 ‘바통’이 정말로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그 출발점은 충성이 아니라 자유와 존엄이어야 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