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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대 |
이란 전역에서 경제난과 체제 불만을 배경으로 확산 중인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6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 당국은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사형까지 거론하는 초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해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달 28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시민과 군·경을 포함해 최소 6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집계된 42명에서 하루 만에 20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노르웨이 소재 인권단체 이란인권(IHR) 역시 이날까지 51명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추가로 수십 명이 숨졌다는 보고를 검증 중이라고 전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이란 지도부는 강경 진압 기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 지지 세력이 거리로 나와 맞불 집회를 벌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국영방송 연설에서 시위대를 “공공기물을 파괴하는 폭도이자 외세의 사주를 받은 용병”이라고 규정하며 “국가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 당국의 수사·처벌 방침도 한층 거칠어졌다. 테헤란 검찰청은 당국과 충돌하거나 사보타주(파괴 공작)에 가담한 이들을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는 시위 확산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레바논을 방문 중인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그는 “이번 시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일이며, 그들이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평화로운 시위를 분열적이고 폭력적인 방향으로 몰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실패의 전례를 고려할 때 군사적 개입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는 인권 침해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최고인권대표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 전역에서 시위로 인해 사망자와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느낀다”며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 시위의 권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튀르크 대표는 또한 이란 당국이 전국적으로 인터넷과 통신망을 차단했다는 보고를 언급하며 “이러한 조치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인권 침해를 기록하는 활동과 필수·응급 서비스 이용에도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강경 발언과 실질적 탄압 조치가 병행되면서, 이란 정국은 단기간 내 진정되기보다는 장기적 불안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압박과 정권의 강경 대응이 충돌하는 가운데, 이란 시민들의 희생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