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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주장하는 개성시 개풍구역에 추락된 한국 무인기 |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무인기가 침투해 강제 착륙시켰다고 주장하며 잔해 사진과 비행 경로를 공개했다.
그러나 북한의 일방적 발표는 국제적 검증이 불가능한 주장일 뿐이며, 과거에도 유사한 ‘증거 공개’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동원돼 왔다는 점에서 신뢰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북한은 “앞에서는 의사소통을 말하고 뒤에서는 도발한다”며 ‘이중적 정권’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는 한국의 평화 제스처를 기만으로 규정함으로써 대화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전형적인 전략이다. 상대의 진정성을 문제 삼는 방식은 북한이 협상 국면을 차단할 때 반복적으로 사용해 온 수법이다.
특히 평화를 언급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불량배’에 빗대 규정하는 내용은 외교적 수사라기보다 적개심 고취용 내부 선동 문구에 가깝다.
이번 성명의 핵심은 무인기 문제가 아니라,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고착화하려는 정치적 선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우리의 적”이자 “덤비면 반드시 붕괴시킬 대상”이라고 규정하며,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러시아의 전쟁 프레임을 차용해 한국을 ‘끼예브의 미치광이들’에 비유했다. 이는 전쟁 상태에 준하는 인식을 주민들에게 주입하기 위한 의도적 언어 선택이다.
주목할 점은 이 성명이 대외용에 그치지 않고 노동신문 2면과 조선중앙방송 등 대내용 매체에도 대대적으로 실렸다는 사실이다. 이는 북한이 9차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두 국가론’을 주민들에게 사전 교육·정당화하려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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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주장한 추락된 한국 무인기 잔해들. |
북한은 긴장 고조의 원인을 일관되게 외부에 전가한다. 그러나 대화의 문을 닫고, 헌법과 당 규약에까지 적대 개념을 박아 넣으려는 쪽은 북한 자신이다. ‘평화공존’을 말하는 상대를 향해 ‘붕괴’를 운운하는 것은 평화를 거부하는 체제의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
결국 이번 대변인 성명은 안보 위협의 실체를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부 결속·체제 통제·정치 일정 관리를 위한 의도된 위기 연출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주민의 삶을 고려한다면, 위협과 모욕의 언어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사실과 대화의 언어를 선택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평화’를 입에 올릴 자격은 북한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