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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최근 김형직사범대학 차영호 실장을 ‘기억술교육방법을 부단히 갱신하는 권위자’로 치켜세우며 대학생 기억경연 우승 사례를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학생 개인의 노력과 지도교원의 교육 혁신이 세계기억기록 갱신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서술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과학적 성취의 보고라기보다 체제 선전용 서사에 가깝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우선, 보도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뛰어난 기억력을 가질 수 있다’는 구호를 반복하며 개인의 성취를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이는 교육 환경의 자유, 다양한 학습 선택권, 국제적 검증 체계라는 필수 조건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주장이다.
북한의 폐쇄적 교육 구조 속에서 기억력 경연이 과연 자유로운 학문 경쟁의 산물인지, 아니면 체제 충성도와 동원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또한 차영호 실장이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동시에 제자의 지도교원으로 등장하는 대목은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적인 학술·경연 기준에서라면 이해충돌로 간주될 소지가 크지만, 북한 보도는 이를 ‘권위자의 지도력’으로 미화한다. 객관적 검증이나 외부 평가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교육 내용의 강조점이다. 기억술 훈련의 핵심으로 ‘완강한 투지와 인내력’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데, 이는 학습자의 창의성이나 비판적 사고보다는 장시간 집중과 고강도 훈련에 대한 복종을 미덕으로 삼는 북한식 인간상과 맞닿아 있다. 기억력 향상이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체제에 순응하는 정신력과 인내를 길러내는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 훈련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보도는 개인의 학습 성취를 과학적·교육적 성과로 설명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노력하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구호를 통해 체제의 교육 우월성을 선전하고, 강도 높은 훈련과 인내를 정당화하려는 선전물에 가깝다.
기억술 자체의 학문적 가치나 국제적 검증보다, 체제가 요구하는 인간형을 재생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