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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스무살청년2026 도꾜」 축하모임은 겉으로 보기에는 성년을 맞은 재일동포 청년들을 축하하는 행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행사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들여다보면, 이는 개인의 성숙과 자율을 기리는 자리가 아니라 총련과 북한 정권의 이념을 다음 세대에 이식하기 위한 조직적 정치 행사에 가깝다.
이번 모임은 총련 도쿄도본부와 조청 도쿄도본부가 주최·주관했으며, 행사 내용 역시 철저히 총련의 노선과 조선노동당의 정치 일정에 종속돼 있었다.
축하 인사에서조차 청년 개인의 삶과 선택은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나고, 김정은의 발언, 조선로동당 제9차 당대회, 총련 제26차 전체대회, 이른바 ‘애국위업의 바통’이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성년을 맞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와 비판적 사고의 기회이지, 특정 체제에 대한 충성 맹세가 아니다.
특히 “총련결성세대의 정신을 이어 애족애국의 새 본보기를 창조하라”는 식의 발언은, 청년들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이념 계승의 도구로 규정하는 전형적인 집단주의 언어다. ‘긍지’, ‘자부심’, ‘사명’이라는 단어는 반복되지만, 그 속에 개인의 자유, 다원적 정체성, 일본 사회의 시민으로서 살아갈 권리에 대한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청년들의 결의 발언과 소감 역시 자연스러운 자발적 표현이라기보다, 총련식 언어와 서사를 학습한 결과물에 가깝다.
“이역에서도 조선사람으로 자란 긍지”, “동포사회의 요람”, “애족애국의 새 본보기”와 같은 표현은 개인의 경험을 말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조직이 요구하는 정체성의 틀을 반복 재생산하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이는 자유로운 자기정체성의 형성이 아니라, 폐쇄적 공동체 안에서 길들여진 정체성의 확인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사가 청년과 학부모의 감정과 헌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자녀를 민족학교에 보낸 이유를 ‘같은 뿌리’, ‘동포의 요람’으로 미화하면서도, 그 교육이 북한 정권과 총련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어떻게 결합돼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비판은 철저히 배제된다. 부모의 사랑과 공동체적 연대가 체제 선전의 재료로 소비되는 구조다.
성년은 국가나 조직에 충성할 의무가 시작되는 시점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권리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출발선이다. 그러나 이번 ‘스무살청년’ 행사는 그 출발선에서부터 청년들을 특정 이념의 트랙 위에 올려놓고, 다른 길은 보이지 않게 만든다.
재일동포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선사람으로 자란 긍지”를 강요하는 구호가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는 자유다.
청년의 미래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총련은 축하의 이름으로 이념을 주입하는 낡은 방식부터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