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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시위 현장 |
이란 전역에서 확산 중인 반정부 시위가 사실상 ‘전쟁터’로 변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현지 의료진과 시민들은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눈과 머리를 고의로 조준해 발포하고 있다며, 이는 공포를 극대화해 시위를 질식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수도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만 안구 부상 사례가 400건 이상 접수됐다. 의료진이 확인한 총상은 대체로 눈과 머리에 집중돼 있었고, 상당수 환자가 안구 적출과 영구 실명에 이르렀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의사는 “보안군이 의도적으로 머리와 눈을 겨냥한다”며 “시위대가 앞을 보지 못하게 만들어 집단적 공포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수혈용 혈액과 의료 물자가 바닥난 상황에서, 병실이 모자라 영하의 날씨 속 맨바닥에서 치료를 이어가야 했다”고 토로했다.
자동소총·금속 산탄 난사…저격수 목격담도
부상 유형과 현장 증언은 당국의 무력 사용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외신에 따르면 보안군은 금속 산탄을 장전한 엽총은 물론 실탄이 든 자동소총까지 동원해 무차별 사격을 벌였다. 특정 신체 부위를 겨냥해 사격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실제로 골반에 총상을 입은 소녀가 위독하다는 증언이 전해졌다.
시민들의 목격담도 참혹하다. 테헤란 사타르칸과 파스다란 지역에서는 저격수가 군중을 향해 발포하는 장면이 관측됐고, 아그다시에 지역에선 차량을 타고 이동하며 군중을 향해 사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영상에는 총상을 입은 시위 참가자가 입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지자 주변에서 “숨을 쉬지 않는다”며 절규하는 장면이 담겼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30대 시민(가명)은 “행진 도중 보안군이 들이닥쳐 10대 소년의 다리를 쐈다. 어머니가 ‘내 아들을 쐈다’며 오열했다”고 증언했다.
인터넷 차단 속 참상 은폐…사망자 2,571명 집계
이란 당국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넷과 통신을 광범위하게 차단했다. 이로 인해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이 극도로 어렵지만, 간헐적으로 외부와 연결되는 영상과 위성 인터넷 메시지들은 참상의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에 기반한 HRANA 이번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2,571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이 중 시위대 2,403명, 정부 측 관계자 147명, 18세 미만 미성년자 12명, 비참여 민간인 9명이 포함됐다.
끝없는 경제난과 화폐가치 폭락이 도화선이 된 시위는 이제 체제의 핵심을 겨누고 있다. 매일 밤 수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을 외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고의적 조준 사격 의혹과 통신 차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