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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으로 압송되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 부부 |
새해들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뉴스가 바로 미국에 의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된 사건일텐데요. 이번 미국의 군사·정치적 개입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는 주권과 국제법, 인권 개입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됐습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권의 독재 통치와 인권 침해, 경제 붕괴에 대응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힌 반면, 일부 국가는 이를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북한의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의 행위를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난폭하게 위반한 불량배적 행위”라고 강도 높게 규탄했습니다. 북한이 유엔헌장까지 언급하면서 국제사회가 미국을 규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성명은 국제법을 일관되게 옹호하는 주장이라기보다,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선택적으로 동원되는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죠. 북한은 그간 핵·미사일 개발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반복적으로 위반해 왔으며, 북한주민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에서도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온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의 성명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겪어온 경제 붕괴, 정치적 탄압, 대규모 난민 사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반미 연대’라는 이념적 틀 속에서 독재 정권을 감싸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는데요.
북한은 오늘 이 시간 북한 외무성 성명의 국제법 논리와 그 이중성을 중심으로, 주권·인권·국제질서의 의미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최근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을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도 높게 규탄했는데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이번 성명의 핵심 논리는 무엇이며,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어떤 국제법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 북한 외무성 성명의 핵심은 유엔헌장에 명시된 주권 존중, 내정 불간섭, 영토 보전이라는 고전적 국제법 원칙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군사·정치적 개입을 “불량배적 행위”로 규정하며, 이를 국제질서 전반에 대한 위협으로 확장 해석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국제법적 어휘와 규범에 충실한 문제 제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언어들은 보편적 규범으로서의 국제법을 존중하기보다는, 특정 사안에서 미국을 비난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동원된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2. 북한이 국제법과 주권 침해를 거론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됩니다. 특히 북한은 오랜 기간 국제 규범을 위반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 점에서 이번 성명은 어떤 자기모순을 안고 있다고 보십니까?
- 가장 큰 모순은 북한이 스스로 국제법의 상습적 위반 당사자라는 점입니다. 북한은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반복적으로 위반해 왔고, 자국민에 대해서는 강제노동, 정치범수용소, 표현의 자유 말살 등 중대한 인권 침해를 지속해 왔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국제법을 들먹이는 것은, 규범을 지키지 않는 국가가 규범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전형적인 이중잣대라 할 수 있습니다.
3. 이번 성명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베네수엘라의 인권 상황이나 현지 민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이는 어떤 정치적·이념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까요?
- 그렇습니다. 이는 북한 외교 담론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북한은 사안을 국민이나 인권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오직 반미 대 친미, 체제 대 체제라는 냉전적 구도로만 해석합니다.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경제 붕괴, 정치적 탄압, 대규모 난민 유출은 모두 삭제되고, 대신 “미국의 패권”이라는 단일한 구호만 남습니다. 이는 독재 정권 간 상호 정당화와 연대의 언어이지, 국제질서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 북한은 미국의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시리아·이란·러시아의 군사 개입이나 자국의 핵 위협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선택적 적용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 이는 북한이 ‘주권’을 보편적 규범이 아닌 정권 생존 전략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신과 이해관계를 공유하거나 반미 노선을 취하는 국가는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침묵하거나 옹호하고, 반대로 미국이나 서방이 개입한 사안에 대해서만 국제법을 들먹이는것이죠. 즉, 국제법은 원칙이 아니라 도구이며, 그 기준은 법과 원칙이 아니라 진영 다시말해 우리편이냐 아니냐만 따지는 것입니다.
5. 북한은 국제사회에 미국을 규탄하라고 촉구했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해 온 것은 오히려 책임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드러나는 인식의 괴리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일관되게 투명성, 비핵화, 인권 개선, 국제 규범 준수를 요구해 왔습니다. 반면 북한은 이러한 요구를 모두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거부해 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은 스스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은 주권 침해라 부르면서, 다른 나라 사안에 대해서는 가장 공격적인 언어로 개입합니다. 이는 주권을 국민 보호의 책임이 아니라 외부 비판 차단용 방패로만 이해하는 사고방식의 결과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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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대통령 경호원들의 장례식 장면 |
6. 이번 베네수엘라 관련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가 주목해야 할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국제사회가 경계해야 할 것은 단일 사건으로서의 군사 개입 여부만이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주권이라는 말을 앞세워 국민을 억압하고 국제 규범을 무력화하는 체제의 상습적 위반 행태입니다.
주권은 특정 정권의 절대적 권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국민의 자유와 존엄을 지킬 책임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 점을 외면한 북한의 성명은 국제법 옹호 선언이 아니라, 독재 정권들 사이의 정치적 연대 선언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