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행동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계기로 서방 주도의 ‘글로벌리즘’이 붕괴되고 세계 다극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논평은 국제질서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라기보다, 북한 체제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정치적 선전과 선택적 분노에 가깝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조선신보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제재와 비난에 앞장섰으면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에는 침묵했다며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위선을 고발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국제법과 안보 환경의 맥락 차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무력 침공인 반면, 베네수엘라 사태는 장기간의 인권 침해·국제 제재·국내 정치 붕괴라는 누적된 요인이 결합된 사안으로, 국제사회의 평가와 대응이 동일할 수 없다는 점을 외면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조선신보의 자기모순이다. ‘글로벌리즘’의 위선을 비판하면서도, 북한 당국이 자행해 온 핵·미사일 개발, 인권 탄압, 국제 제재 위반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해 왔다. 국제 규범을 ‘서방의 도구’로 폄훼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체제 유지에 불리한 규범은 부정하는 태도는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또한 조선신보는 서방 국가들이 미국의 보복을 우려해 행동을 추인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증거 없는 추정에 불과하다. 국제사회에서 각국의 외교적 반응은 동맹 구조, 지역 안정, 인권·안보 고려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단순히 ‘미국 눈치 보기’로 환원하는 것은 현실 인식의 왜곡이다.
주목할 점은 북한의 관영매체들이 아직 베네수엘라 사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사태의 파장을 저울질하며 대외 선전의 수위를 조절하려는 신중함으로 해석될 수 있다.
조선신보의 이번 논평 역시 ‘다극화’와 ‘글로벌리즘 붕괴’라는 익숙한 프레임을 통해, 국제사회의 균열을 부각시키고 북한식 세계관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짙다.
결국 조선신보의 주장은 국제질서의 모순을 지적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체제 방어와 반서방 선동이라는 오래된 레퍼토리를 반복한 것이다.
국제 규범의 공정성을 논하려면, 최소한 그 규범을 일관되게 적용받고자 하는 태도부터 갖춰야 한다는 점을 이번 논평은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