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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당국이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창립 80주년을 ‘국가적 첫 행사’로 대대적으로 치르며 청년들을 다시 한 번 체제 충성의 전면에 내세웠다.
조선중앙통신은 각지에서 진행된 기념행사와 축하 모임, 무도회와 체육경기 등을 나열하며 “충성과 애국의 배가된 분투”를 강조했지만, 그 화려한 언어 이면에는 변함없는 청년 동원 정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도는 김정은의 ‘은정’과 ‘사랑의 축복’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철저히 개인 숭배 서사로 환원한다.
청년들이 스스로의 미래와 권리를 논의하는 자리는 없고, 지도자의 ‘배려’에 감격해 충성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일방적 도식만이 존재한다. 이는 청년을 자율적 시민이 아닌 체제 유지를 위한 자원으로 취급하는 전형적 선전 방식이다.
각지의 당·정권 기관 일군들이 공장과 농장, 대학과 건설장을 찾아 청년들을 ‘고무’했다는 대목 역시 눈길을 끈다. 그러나 여기서의 고무는 선택이 아닌 성과 압박과 동의어에 가깝다.
‘당 제9차대회를 로력적 성과로 맞이하라’는 구호는 학습과 노동, 일상의 모든 영역을 정치 과업으로 전환시키며, 청년 개인의 삶을 국가 목표에 종속시킨다.
무도회와 체육경기, 유희오락경기 등 문화행사 역시 자유로운 여가의 확대라기보다 통제된 축제에 가깝다. 체제에 허용된 범위 내에서만 즐길 수 있는 오락은, 청년들에게 잠시의 해방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정치적 메시지를 주입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즐거움조차 관리되는 사회에서, 청년의 창의성과 비판 정신이 자랄 공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번 80주년 행사는 북한 당국이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다시 확인시켜준다. 청년은 미래의 주인이 아니라, 현재의 동원 대상이다.
절세위인의 ‘위대한 역사’를 되새기는 참관과 강연은 반복되지만, 오늘의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열악한 경제, 제한된 이동과 표현의 자유, 불투명한 진로—에 대한 성찰은 철저히 배제된다.
체제는 청년의 열정과 시간을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그 대가로 제공되는 것은 구호와 행사, 그리고 충성의 의무뿐이다.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80주년의 요란한 경축은 결국 북한 청년들의 미래가 여전히 선전과 동원의 장식물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