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북한이 대대적으로 선전한 룡성기계련합기업소 1단계 개건·현대화 준공식은 단순한 산업 시설 완공 행사를 넘어, 김정은 체제가 내부 경제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고 통치 기조를 재정비하려는 정치적 무대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1월 19일 함경남도 룡성기계련합기업소에서 열린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연설을 진행했다. 북한 매체는 이를 “새시대 천리마정신의 창조”이자 “자력갱생의 위력을 실증한 역사적 성과”로 포장했지만, 행사 전반에서는 경제 성과 과시보다 간부 책임 추궁과 권력 경고가 더 두드러졌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룡성 현대화 과정에서 “무책임성과 보신주의, 비적극성”이 심각한 장애로 작용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금의 경제지도력량에 나라의 산업 전반을 맡기기 어렵다”는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기존 경제 관료층에 대한 불신을 노골화했다.
이 발언 직후, 김정은은 현장에서 양승호 내각 부총리를 해임했다. 이는 산업 현장 시찰을 공개적 문책과 인사 조치의 장으로 활용하는 김정은식 통치 방식이 다시 한번 확인된 사례다.
준공식이 ‘축하 행사’라기보다는 권력의 긴장과 공포를 재확인하는 정치 의례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룡성기계련합기업소를 “기계공업 현대화의 표준, 본보기”로 내세우며 대형 압축기 자체 생산 등을 성과로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국제 제재와 기술 고립 속에서 제한된 범위의 설비 개선을 체제 선전용 성공 사례로 과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김정은 자신이 연설에서 “인위적인 혼란”과 “경제적 손실”을 인정한 점은, 북한 산업 현대화가 여전히 체계적 계획과 전문 행정 능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문제의 원인을 ‘간부들의 태만’으로만 돌리는 방식은 구조적 실패를 개인 책임으로 전가하는 전형적인 권위주의 통치의 특징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준공식은 조선로동당 제9차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김정은이 △경제난의 책임을 하부 간부들에게 전가하고 △충성 경쟁을 유도하며 △향후 추가 숙청 가능성을 암시하는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한다.
김정은은 룡성 노동자들을 치켜세우며 “정말 정이 든다”고 표현했지만, 동시에 “다음 단계 목표를 강력히 추진하라”며 더 높은 성과를 요구했다. 이는 격려와 압박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실패 시 책임은 다시 현장과 간부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겉으로는 대규모 현대화 성과를 자축하는 행사였지만, 이번 룡성기계련합기업소 준공식은 북한 경제가 여전히 정치 선전, 개인숭배, 공포 통치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산업 발전을 말하면서도 제도 개혁이나 책임 행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대신 충성과 정신력만이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결국 이번 행사는 북한이 주장하는 ‘자립경제의 전진’보다는, 체제 불안과 권력 집중의 그늘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 계기로 남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