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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민 저항의 공간으로 불렸던 홍콩이 이제는 ‘반대 시위가 존재하지 않는 도시’로 변모했다.
베이징이 주도해 시행한 홍콩 국가보안법 이후, 홍콩의 집회·표현의 자유는 형식적으로는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도적 통제 속에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의 한 인권단체가 경찰의 공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약 2년 반 동안 경찰이 ‘반대하지 않음 통지서’를 발송한 공공 활동은 총 787건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명백한 시위로 분류될 수 있는 사례는 단 두 건에 불과했다.
전체 합법적 공공 활동 중 시위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0.25%로, 홍콩 정부가 주장해 온 “집회와 표현의 자유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설명과는 현저한 괴리를 보인다.
경찰의 ‘공중 활동 통계’를 보면 변화는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 10년간 홍콩에서는 6년 동안 연간 1만 건이 넘는 시위와 집회가 열렸고, 한때 연간 2만 건을 넘어서며 ‘시위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러나 2020년 중반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수치는 급변했다. 2021년에는 집회가 대중 활동의 99.6%를 차지하며 2만 건을 넘었지만, 이듬해에는 1천 건 미만으로 급락했다. 이후 일시적 반등이 있었으나, 다시 수백 건 수준으로 추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해외에 설립된 홍콩 인권 정보 센터는 “수치상의 증가가 곧 자유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센터가 2023년 이후 발송된 통지서를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자선 모금이나 종교 행사 등 비정치적 활동이었다.
정치적 성격을 띤 공공 활동은 전체의 약 9%에 불과했고, 이 중에서도 시위로 분류될 수 있는 사례는 두 건뿐이었다. 나머지는 선거 유세나 국경절·국가안전교육의 날 같은 공식 기념행사가 대부분이었다.
센터는 특히 모든 통지서에 국가안보 관련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경찰은 승인된 목적과 의제를 벗어나는 모든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며, 조직자와 참가자 모두에게 형사 책임이 따를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경찰의 사전 검열을 제도화하고, 형사 처벌의 위험을 통해 시민사회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것이다. 일부 행사에서는 참가자의 복장 식별이나 개별 번호가 부여된 표식을 착용하도록 요구하는 조건까지 포함됐다.
홍콩 인권 정보 센터는 이번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목적을 “정보 투명성”에만 두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는 홍콩 시민들이 쌓아온 인권과 자유의 역사, 그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기억이 권위주의적 통치 아래에서 체계적으로 약화되고 재구성되는 현실에 맞선 ‘반망각의 기록’이라는 설명이다.
‘시위의 도시’ 홍콩은 이제 과거의 명성을 잃고, 비판적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봉쇄된 공간으로 재편되고 있다. 수치로는 존재하는 듯 보이는 공공 활동 뒤에서, 표현의 자유는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가 국제사회에 다시 울려 퍼지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