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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당국이 함경북도 온포지구에 조성된 ‘온포근로자휴양소’ 준공식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또 하나의 ‘인민사랑’ 성과를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시설을 두고 “국가의 온천문화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창조물”, “어머니당이 인민에게 안겨준 사랑의 선물”이라며 장황한 미사여구를 쏟아냈다. 그러나 화려한 수사와 연출 뒤에는 북한식 복지 선전의 구조적 한계와 정치적 의도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번 준공식은 단순한 지역 시설 완공 행사가 아니었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직접 참석해 테이프를 끊고, 현장을 순시하며 장시간 ‘교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휴양소 자체보다 지도자의 현지지도와 발언이 보도의 중심이 되는 전형적인 북한식 정치 이벤트였다. 시설은 인민을 위한 공간이기보다 지도자의 업적을 시각화하는 무대로 기능했다.
■ “근로자 휴양”의 이름, 그러나 선택권은 없다
북한 매체는 온포근로자휴양소를 “근로자들을 제일로 위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의 결정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서 이러한 휴양소는 자유로운 이용 대상이 아니다.
실제 이용자는 당과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선발되며, 충성도·직급·공로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근로자 휴양’이라는 명칭과 달리, 대다수 주민에게는 접근 자체가 요원한 특권적 공간인 셈이다.
더욱이 북한 주민 다수가 식량난, 의료 인프라 붕괴, 전력 부족 등 기본적 생존 문제에 직면해 있는 현실에서, 온천 휴양시설을 ‘복지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것은 체제 선전용 과잉 연출에 가깝다. 주민의 일상적 고통과는 동떨어진 ‘전시용 복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지도자의 “분노 연출”, 실패의 책임은 아래로
보도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대목은 과거 휴양소의 ‘낡고 비위생적인 운영’을 지도자가 강하게 질책했다는 서사다. 이는 북한 선전에서 자주 등장하는 패턴이다.
체제 전반의 구조적 실패나 장기적 방치 책임은 언급되지 않고, 모든 문제는 ‘일군들의 사상 관점’이나 ‘일본새’ 탓으로 전가된다. 반면, 개건 이후의 성과는 전적으로 지도자의 “정력적 령도”와 “은정”으로 귀속된다.
이 같은 서사는 실패의 책임은 하부에, 성과의 공은 최고지도자에게 집중시키는 권력 서사의 반복일 뿐이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나 주민 참여, 투명한 운영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 화려한 시설보다 결여된 것은 ‘자유와 선택’
김정은은 이번 준공식에서 전국의 휴양·료양 기지를 통합적으로 지도할 새로운 기구 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표면적으로는 효율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이는 복지·문화 영역마저 중앙 통제와 당의 관리 하에 두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지역 자율성이나 주민 요구 반영보다는, 국가가 허용한 방식과 범위 내에서만 ‘문화생활’을 누리게 하겠다는 기존 통치 논리의 연장선이다.
온포근로자휴양소 준공식은 북한이 여전히 ‘건설 성과’와 ‘지도자 현지지도’를 통해 체제의 정당성을 연출하려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그러나 진정한 복지는 대리 만족용 시설 몇 곳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민이 스스로 선택하고, 자유롭게 이용하며,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이번 준공식이 보여준 것은 ‘인민의 웃음’이 아니라, 웃음을 연출해야 하는 체제의 불안이다. 온천의 김은 피어올랐을지 모르지만, 그 아래에서 북한 주민들의 삶을 짓누르는 구조적 결핍과 통제의 현실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