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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은 최근 평양시 중구역 외성동 초급당비서의 활동을 소개하며 “주민들에게 진심을 바쳐가는 정치일군”이라는 미사여구를 늘어놓았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초급당비서는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고충을 듣고, ‘어머니의 심정’과 ‘심부름군의 자세’로 인민을 섬겨왔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풀뿌리 행정의 모범 사례처럼 보이지만, 이 서사는 북한 체제 특유의 정치적 선전 문법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 보도의 핵심은 주민들의 실제 삶이 아니라, 조선로동당의 통치 정당성을 현장에서 재확인하는 데 있다.
초급당비서는 주민의 대표라기보다 당의 최말단 집행자다. ‘주민 구역 담당’이라는 표현은 행정 서비스 제공을 연상시키지만, 실제로는 주민 사상 동향 파악, 동원 실적 관리, 정책 충성도 점검이라는 정치적 임무가 중심이다.
주민의 ‘고충’을 듣는다는 행위 역시, 문제 해결의 자율성을 전제하지 않는 한 감시와 통제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보도는 특히 2022년 초급당비서대회를 언급하며, 당 간부들이 ‘인민의 당, 심부름군당’의 정치일군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는 현실과의 간극이 크다.
북한 주민에게는 정책 선택의 권리도, 지도자를 평가하고 교체할 권리도 없다. 전기·식량·주거와 같은 기본 생활 문제조차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 간부의 ‘헌신’과 ‘진심’을 강조하는 것은 체제 실패의 책임을 미담으로 덮으려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더욱이 ‘진정한 어머니 심정’이라는 표현은 정치의 사유화를 드러낸다. 이는 제도와 법, 투명한 행정이 아닌 개인의 충성심과 감정 노동에 의존하는 통치 구조를 미화한다.
문제 해결의 기준은 주민의 권리나 법적 절차가 아니라, 상부 지시에 대한 충성도와 정치적 성과가 된다. 결국 주민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와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 보도에서 빠진 질문은 명확하다. 주민들은 무엇을 요구했고, 어떤 문제들이 실제로 해결되었는가.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항의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 통로는 존재하는가.
답은 보도 어디에도 없다. 대신 개인 간부의 ‘미담’이 반복될 뿐이다. 이는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보도가 아니라, 지도부와 당의 이미지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선전물에 가깝다.
‘군중 속으로 들어간다’는 표현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군중이 말할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아래에서 그 권리는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이번 보도는 주민 중심의 정치가 아니라, 주민을 동원하는 정치의 일상적 풍경을 다시 한 번 보여줄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