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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오랜 논란 끝에 중국의 신규 주영 대사관 건설 계획을 공식 승인했다. 영국 정부는 1월 20일, 런던 도심에 초대형 중국 대사관을 건설하는 방안을 허가한다고 발표하며 “모든 안보 검토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내려진 대중(對中) 외교 현안 관련 중대 판단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다. 해당 계획은 이미 2018년 중국 측이 영국 정부에 제출했으나, 당시 보수당 정부는 정보당국의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승인을 보류해 왔다.
정부 발표 직후, 건설 예정지 인근에서는 반대 시위가 다시 확산됐다. 지역 주민 단체와 인권·안보 관련 시민단체들은 “런던 도심 한복판, 민감한 인프라와 인접한 초대형 중국 대사관은 정보 수집 거점이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주민 협회는 행정 소송을 포함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신대사관 부지는 런던 금융 중심지 인근으로, 대규모 통신·금융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대사관 부지는 5만㎡가 넘는 규모로, 완공 시 서유럽 최대 규모의 외교 공관이 될 전망이다. 이는 인근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 건물과도 마주 보게 된다.
특히 논란을 키운 것은 건축 도면과 관련한 보도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최근 일부 공개된 설계 자료를 인용해, 대사관 지하에 용도가 명시되지 않은 대형 공간과 이른바 ‘밀실’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해당 공간은 금융 데이터가 오가는 지하 광케이블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열 배출 설비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는 중국이 외교 시설을 활용해 정보 활동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존 우려에 불을 지폈다. 실제로 최근 영국 정보당국은 복수의 영국 의원들이 중국 정보 활동의 표적이 됐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스타머 총리 역시 “중국은 영국의 국가 안보에 체계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영국 정부는 “건설 계획 전반을 면밀히 검토했고, 보안·정보 분야 전문가들이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며 안보 우려를 일축했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건물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해 추가적인 제한과 감시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승인 시점이 스타머 총리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시위대와 야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베이징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국가 안보를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 사회에서는 이번 ‘슈퍼 대사관’ 승인이 단순한 건축 행정 결정을 넘어, 향후 영국의 대중 외교 노선과 국가 안보 기준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은 착공 여부와 실제 운영 방식이 구체화될수록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