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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일본 각지에서 총련이 주최하는 ‘신춘강연회’가 새해 벽두부터 잇따라 열리고 있다. 총련 중앙은 간부와 교원, 기자들로 구성된 강사진을 지역에 파견해 “조국과 총련의 미래에 대한 신심”을 강조하는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강연회들이 과연 동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한 진단인지, 아니면 오래된 정치적 선전을 반복하는 의례적 행사에 불과한지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총련은 강연을 통해 “새로운 변혁단계”, “새 투쟁기”라는 표현을 앞세우며 조선의 국력 신장과 국제적 위상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히로시마에서 열린 신춘모임에서는 조선신보 간부가 나서 미국의 패권 약화와 조선의 부상을 대비시키며, 중국·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한 지도자 사진을 상징적 장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국제 정세를 선택적으로 해석한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
현실의 조선은 국제 제재, 만성적인 경제난, 주민 생활의 극심한 불안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강연에서는 이러한 실질적 위기 요인에 대한 언급이나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세계는 격동하고 있으며 조선은 상승하고 있다”는 도식적 구호가 반복된다. 이는 동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특정 인식을 주입하려는 선전 방식에 가깝다.
또한 ‘5년 주기’와 당대회를 중심으로 한 변혁 서사는 이미 수차례 반복되어 온 공식 담론이다. 계획과 전망은 거창하지만, 그 결과가 주민의 삶과 재외 동포 사회에 어떤 실질적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평가나 반성은 배제돼 있다. 변화가 선언될 때마다 요구되는 것은 ‘신심’과 ‘용기’이지만, 실패에 대한 책임은 언제나 흐릿하다.
무엇보다 문제적인 것은 총련이 이러한 강연회를 통해 동포 사회를 비판적 사고의 주체로 대하기보다, 정치적 동원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이 직면한 법적 지위, 세대 단절, 교육과 생계 문제 등은 강연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고, ‘조국 중심의 세계관’만이 강조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변혁 담론이나 국제 정치의 과장된 해석이 아니다. 동포 사회가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직시하고, 조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며, 다양한 관점과 토론을 허용하는 성숙한 공론의 장이다. 그러나 이번 신춘강연회는 그러한 방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결국 ‘신심’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이번 강연회는, 총련이 여전히 과거의 선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동포들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을 요구하는 정치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책임을 지는 정치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