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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회 결의안 표결 화면 - 독자 제공 |
유럽의회가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민주화 인사 지미 라이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이번 결의안은 찬성 503표, 반대 9표, 기권 100표로 가결됐다.
결의안은 홍콩 당국의 사법 조치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하며, 유럽연합(EU) 차원의 구체적 대응을 요구했다. 특히 홍콩 관료들에 대한 제재 검토와 함께, 홍콩의 특별 무역 지위 재검토 및 세계무역기구(WTO) 지위 정지 절차 착수를 촉구했다.
올해 78세인 지미 라이는 폐간된 《빈과일보》의 창립자로, 지난달 홍콩 고등법원에서 외국 세력과의 공모 및 선동 출판물 공모 혐의로 두 건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결의안은 “지미 라이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은 EU–중국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결의안은 59명의 유럽의회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공동 동의안을 바탕으로 했다. 이들은 지미 라이의 석방 요구와 함께, “종교적·민주적 권리 행사와 관련해 홍콩에서 구금된 모든 이들”의 석방도 촉구했다.
또한 EU 회원국들에게 중국 본토 및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 중단을 재확인할 것을 요구했고, EU의 글로벌 인권 제재 제도에 따라 홍콩 행정장관 이가초를 포함해 “자유 탄압에 책임이 있는” 관료들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유럽의회는 보도자료에서 “홍콩 당국이 민주 활동가이자 영국 시민인 지미 라이를 임의로 기소한 것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지미 라이가 1,800일 이상 독방에 수감돼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이번 사건을 홍콩 당국이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독립 언론과 표현의 자유, 정치적 반대파를 억압한 또 하나의 사례로 지적했다.
다만 이번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가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입법·예산을 함께 심의·통과시키는 구조이긴 하지만, 결의안 자체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여론을 환기하는 상징적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의안의 수위와 표결 결과는 EU 내부에서 홍콩 인권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한층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앞서 유럽의회는 2024년 ‘홍콩 47인 사건’ 재판 직후에도 유사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범민주파 인사 45명이 4~10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실제 제재나 제도적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일부 의원들은 이번 결의안을 둘러싼 토론 과정에서 “말뿐인 규탄을 넘어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는 그동안 홍콩을 중국 본토와 구분되는 독립 관세 지역으로 취급해 왔고, 이는 WTO의 인정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유럽의회는 이번 결의안을 통해 홍콩의 자치와 인권 상황이 더 이상 기존의 특례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향후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들이 이 요구를 어떤 수준으로 정책에 반영할지 주목된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