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249] 그리스도교 시오니즘을 반대하는 예루살렘 성명의 문제점
  • 가빈 디코스타 Gavin D’Costa is professor at the Pontifical University of St. Thomas Aquinas, Rome. 로마 교황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 교수

  • 1월 17일, 라틴 예식 로마 가톨릭 교회를 포함한 성지(聖地)의 총대주교들과 교회 수장들은 이른바 “그리스도교 시오니즘(Christian Zionism)”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성명은 세 가지 주장을 제시한다.

    첫째, 총대주교들만이 성지의 “역사적 교회들”과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대표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특정한 “지역 인사들”이 해로운 이념들, 특히 그리스도교 시오니즘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셋째, 이러한 이념들이 이스라엘 국내와 해외의 정치 행위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음으로써 성지와 더 넓은 중동 지역에서 그리스도교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제기된 우려들은 중대하며, 중요한 측면에서 정당하다. 그러나 성명에 사용된 부정확한 용어와 설명되지 않은 생략들은 그 효과를 약화시키고, 오히려 성명이 다루고자 하는 핵심 쟁점들을 흐릴 위험을 안고 있다.

    문서 자체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서명자 명단이 공개되어 있지 않으며, 모든 교회가 이 성명을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하지도 않았다. 이는 2006년에 총대주교들이 발표한 유사한 성명과 뚜렷이 대비된다. 당시 성명은 서명자들이 명시되었고, 더 신중하게 구성되었으며,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사이의 정의로운 평화 가능성을 훼손하는 극단적 형태의 그리스도교 시오니즘을 명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 이전 성명은 모든 그리스도교 시오니즘이 동일한 것은 아님을 시사하고 있었다.

    2026년 성명이 제기하는 핵심적 우려들은 정당하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에는 이타마르 벤그비르와 베잘렐 스모트리치와 같은 종교적 시오니즘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가 이스라엘에 속한다고 주장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이 지역 이탈을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가 지배적인 입장이 된다면, 점령지에서 아랍계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스라엘 본토 내의 그리스도교 인구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 시오니즘 이념은 대체로 아랍계 그리스도인과 아랍계 무슬림을 거의 구별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라브 츠비 예후다 쿡과 같은 인물들의 신학에 뿌리를 둔 유대교 종교적 시오니즘의 한 흐름은 이스라엘 내 그리스도교 존재에 대해 명백히 적대적이다.

    이러한 우려는 특히 미국, 그중에서도 미국 내 그리스도교 시오니스트들의 영향력으로 인해 더욱 증폭된다.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상당하며, 마이크 허커비와 같은 그리스도교 시오니스트가 미국 대사로 임명된 것은, 유대교 종교적 시오니스트들과 해외의 그리스도교 시오니스트들이 결합하여 지역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두려움을 키운다.

    그러나 만일 이러한 연대가 핵심 문제라면, 성명은 스스로 답하지 않는 질문들을 제기한다. 왜 성명은 그리스도교 시오니즘만을 지목하면서, 이 지역 전반에서 그리스도인의 삶과 제도들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치적 이슬람주의 이념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가? 더 나아가, 모든 그리스도교 시오니스트들이 동일한 신학적·정치적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는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다.

    아르메니아계 그리스도인이자 이스라엘 시오니스트이며, 장기간 이스라엘 방위군(IDF) 장교로 복무했고 「이스라엘 그리스도인의 목소리」의 의장인 이하브 슐라얀과 같은 인물은, 이 성명이 간과하고 있는 복합성을 잘 보여준다. 혹은 유대계 가톨릭 시오니스트로서 역시 이스라엘 방위군 소속이며, 이스라엘 히브리 가톨릭 협회를 설립한 야르덴 젤리반스키도 마찬가지다.

    슐라얀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정치 인사들과 연계되어 있지만, 아르메니아 교회 당국의 공식적 인정을 받은 인물은 아니다. 그는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대표하여 발언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반감을 사기도 한다. 이는 성명에서 언급된 이름 없는 “지역 인사들”에 대한 모호한 지칭을 설명해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리스도교 시오니즘”이라는 용어가 은폐하고 있는 다양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여기서 중심적인 어려움이 드러난다. “그리스도교 시오니즘”이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매우 다양한 현상을 단순화하고 왜곡된 모습으로 제시한다.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그리스도교 시오니스트들은 극단적인 정치적 의제를 거부하며,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책으로 인해, 혹은 주로 정치적 이슬람의 부상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생존을 깊이 우려한다. 성공회 시오니스트인 제럴드 맥더멋과 같은 인물들은, 필자와 마찬가지로 복음주의적 세대주의를 거부하고, 대체신학을 극복한 신학의 틀 안에서 활동한다. 모든 형태의 그리스도교 시오니즘을 “해로운 이념”으로 분류하는 것은 신학적으로도 빈약할 뿐 아니라, 더 큰 문제들을 가리는 결과를 낳는다.

    또 하나의 중대한 누락은, 유대–그리스도교 신학적 발전, 특히 총대주교들이 대표하는 교회들 내부에서 전개되어 온 대체신학 이후의 가르침에 대해 성명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대 민족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들이 땅에 대해 갖는 애착의 신학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이 성명은 대체신학 이후의 신학에 헌신하는 유대인들과 그리스도인들을 소외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이는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이스라엘이라는 실체는 그 자체로 어떤 정당한 자리를 가질 수 있는가? 아니면 유대교적이든 그리스도교적이든 시오니즘은 오로지 식민화와 제국 건설의 프로젝트로만 이해되는가? 이러한 침묵은 특히 라틴 교회가 이스라엘 국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자연법에 기초한 두 국가 해법을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성지의 상황은 복잡하며 극도로 취약하다. 이 성명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직면한 실질적인 위험들을 올바르게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확한 언어를 사용하고, 중요한 구별들을 간과하며, 핵심적인 신학적·정치적 질문들을 미해결 상태로 남겨둠으로써, 진정한 평화 구축과 가교 형성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오히려 지금처럼 명확성, 섬세함, 신중한 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사안을 밝히기보다는 혼란을 일으키는 불필요한 논쟁—즉, 조명을 비추기보다 눈을 현혹시키는 불꽃놀이—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6-01-25 06:06]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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