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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당국이 추진해온 이른바 ‘지방발전정책’의 성과를 선전하는 보도가 또다시 등장했다.
1월 25일자 《로동신문》은 새로 준공된 지방공업공장들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가지수가 준공 초기보다 “근 3배 확대되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이를 김정은식 지방공업 정책의 가시적 성과로 포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수치의 외형적 증가에만 집착할 뿐, 그 실질적 의미와 주민들의 체감 현실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우선 문제는 ‘제품 가지수 3배 확대’라는 표현 자체다. 이는 생산량의 증가도, 품질의 향상도, 안정적 공급을 의미하지 않는다. 밤가공품이 몇 종 늘었는지, 생강을 활용한 가공식품이 몇 가지 추가되었는지를 모두 ‘성과’로 묶어 나열하는 방식은 북한식 선전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제품이 늘어났다는 주장과 달리, 해당 물품들이 실제로 주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는지, 가격은 접근 가능한 수준인지, 지속 생산이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더욱이 북한의 지방공업은 원료 수급, 전력 부족, 노후 설비, 운송 체계 붕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가지수 확대’는 일시적인 시제품 제작이나 행사성 생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숫자는 늘었을지 몰라도, 주민 생활의 질이 실제로 개선되었는지는 전혀 검증되지 않는다.
보도는 “지방이 변하고 자체로 발전하는 새시대”를 강조하지만, 북한 경제의 핵심 구조는 여전히 중앙집중과 정치 우선 배분 체계에 묶여 있다. 지방공업공장들이 생산한 제품 역시 군수, 당 행사, 상급 기관 공급에 우선 배정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일반 주민들에게 돌아갈 몫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당에서 품들여 마련해준 일터’라는 표현은, 지방공업이 주민 주도의 경제활동이 아니라 당의 시혜적 조치임을 강조하는 선전 문구에 불과하다. 이는 주민을 경제 주체가 아닌 동원 대상, 충성의 객체로만 취급하는 북한 체제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
옷공장, 일용품공장, 식료공장에서 “주민들의 기호를 조사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에게는 자유로운 선택의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색깔과 형태를 조사했다는 설명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공급 자체가 불규칙하고 상업망 역시 국가 통제 아래 놓여 있다.
‘다종다양한 제품 개발’이라는 표현은 자유시장 경제의 언어를 차용했을 뿐, 그 내용은 통제 경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이번 보도는 새로운 소식이라기보다, 이미 수차례 반복되어 온 지방공업 성과 선전의 재탕에 가깝다. 제품의 이름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주민들이 겪는 식량 불안, 생필품 부족, 지역 간 격차는 그대로다. 숫자를 키우고 사례를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체제의 구조적 실패를 가릴 수 없다.
‘가지수 3배 확대’라는 문구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선전용 기사보다 먼저 주민들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 안정적 공급 체계, 그리고 정치 선전이 아닌 인간다운 생활 조건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보도는 또 하나의 종이 위 성과로 남을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