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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조각창작사업을 공개했다.
만수대창작사에서 진행 중이라는 이 사업은 북한이 수행해 왔다고 주장하는 해외 군사활동을 ‘전설적 공훈’으로 미화하고, 이를 영구적 기념물로 고착화하려는 정치적 프로젝트다. 문제는 이 화려한 조각과 미사여구가 감추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보도에서 반복되는 핵심 어휘는 ‘명예’, ‘존엄’, ‘영웅전사’, ‘필승의 철리’다. 그러나 북한이 말하는 해외군사작전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여러 차례 문제시된 무기 확산, 군사 고문단 파견, 불법적 개입 의혹과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이를 객관적 검증이나 역사적 성찰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조각과 기념관이라는 형태로 미화하고 신화화하는 길을 택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나라의 평범한 병사들의 초상”을 내세워 ‘대중적 영웅주의’를 강조한 부분이다. 이는 개인의 생명과 고통을 집단적 충성 서사 속에 흡수시키는 전형적인 선전 기법이다.
실제로 북한 군인들의 해외 파병과 군사 활동 과정에서 발생했을 희생, 인권 침해, 가족과의 생이별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언급도 없다. 조각상 속 병사들은 ‘높뛰던 심장’으로 형상화되지만, 현실의 병사들은 선택권 없는 동원과 침묵을 강요받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시기다. 북한 주민 다수가 만성적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 의료 붕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원이 투입될 것이 분명한 대형 기념관과 조각사업이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적 완성도와 ‘기념비적 가치’를 강조할수록, 그 비용이 주민들의 삶에서 어떤 몫을 빼앗고 있는지는 더욱 선명해진다.
북한 당국은 이번 사업을 “만년대계의 창조물”이라 부르지만, 이는 미래를 향한 비전이라기보다 과거의 군사주의와 우상화를 영구히 고정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진정한 기념은 무력 과시와 영웅 신화가 아니라, 전쟁과 군사동원의 비극을 되돌아보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에서 출발해야 한다.
조각은 침묵한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묻히지 않는 질문이 있다. 북한이 조각으로 기념하려는 것은 과연 ‘영광’인가, 아니면 감추고 싶은 현실을 덮기 위한 또 하나의 돌덩이인가.
김·도·윤 <취재기자>